문재인 대통령이 21일(미국 시각) 뉴욕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압박에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아베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이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평소 해오던 말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이나 '대북 대화' 등이 빠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 연설이 있기 직전 통일부는 800만달러 상당의 대북 인도 지원을 결정하고 다만 시기만 조절하겠다고 했다. 미 국방장관이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 옵션이 있다'고 공개 언급하고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 파괴' 경고를 하자마자 대북 지원 결정부터 내린 셈이 됐다. 여론이 나빠지자 지원 시기를 애매하게 했지만 연내 집행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 지원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민족을 절멸시킬 수소폭탄 추정 실험을 한 상황이다. 그래서 유엔이 북 수출의 3분의 2를 막는 제재를 시행하고 북 해상을 완전히 봉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북 지원책이 논의되고 결정됐다. 북핵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 응원단을 상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 평상시라면 문제없는 내용이겠지만 우리를 노린 북의 비수가 완성 막바지에 왔는데 아무리 스포츠라고 해도 '남북 공동 응원'이나 '가슴이 뜨거워진다'면 안보 불안을 걱정하는 국민들은 뭐가 되나. 남북 공동 응원을 하면 북핵이 없어지나. 문 대통령은 그 하루 전에 IOC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선 "북이 평창 올림픽에 참여하게 된다면 (올림픽) 안전은 더 보장될 것"이라고 했는데 북에 안전을 구걸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은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규모 군사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초위기 상황이다. 국민 대부분이 그렇게 느낄 뿐만 아니라 실제도 그렇다. 문 대통령도 "6·25 이후 최대 위기"라 했다. 그렇다면 거기에 부합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 북은 이미 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기로 작정한 집단이다. 그 목적은 우리 5000만 국민을 핵인질로 잡고 마음대로 요리하려는 것이다. 이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가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면 어떻게 되나. 아직도 북 집단을 향해 착한 소리를 하면 착한 대답이 올 것으로 믿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1/20170921035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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