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유엔총회 22분 연설]

- 대북 해법에서 트럼프와 차이
"北에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 대화의 장 나오도록 압박과 제재"
유엔정신 말하며 '다자 대화' 강조

- 평창올림픽에 北 초청
"결코 불가능한 상상 아니다, 평창이 평화의 촛불 되길 염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직후에는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에 앞서 기조연설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압박과 제재에 초점을 맞춘 반면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 병행 전략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아베 총리는 20일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베네수엘라와 함께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 규정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모두(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북한 김정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다음 날 유엔 무대에서 연설한 아베 총리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미국의 태도를 일관되게 지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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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연설… 北대표단, 앞자리서 노트북 메모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단 바로 앞줄에 앉은 북한 대표단(사진 맨 왼쪽)이 문 대통령 연설을 메모하며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메시지의 무게는 대화 쪽에 뒀다. 문 대통령은 약 22분간의 유엔 연설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모두 32번 사용했다. '제재'는 네 번, '압박'은 한 번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8·15 경축사 등을 통해 "전쟁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이번 연설도 그 연장 선상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면서 "유엔 안보리가 신속하게, 무엇보다 만장일치로 이전 결의보다 훨씬 강력한 대북제재를 결의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우발적 군사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말을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에 대해서도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다자(多者)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 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것이 한반도"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대화로 이끌기 위한 제재' '다자 대화' 방식에 대해 미·일 정상들은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북한에 대한 고립과 압박을 내세웠고, 아베 총리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려던 과거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드러난 한·미·일 정상의 인식 차이 속에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며, 한·미·일 3개국 정상 회동도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이후 두 번째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상황이 매우 엄중한 만큼 동맹도 중요하지만 국익을 중심에 둔 우리만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전 문 대통령을 만난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 등은 한·미 동맹의 중심적 역할, 한·미·일 협력의 지속, 중국 견인의 중요성 등을 언급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하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분야 멘토로 알려져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북한 문제를 연결하며 북한의 참가를 희망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I OC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위와 평창올림픽, 유엔을 연결시켰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처럼 평창이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과 유엔이 촛불이 되어 주시길 바란다"며 연설을 마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2/20170922002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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