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노골적인 주군(主君)의 ‘독설’에 곤혹스러운 탓이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뉴욕의 유엔총회장에서 북한의 ‘완전 파괴’를 위협하고 일부 ‘불량 국가’들을 “살인 정권”이라고 몰아붙이는 연설을 했을 때, 총회장에서 이를 지켜보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피곤하고 불편한 듯한 표정과 자세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켈리 비서실장이 얼굴을 가리고 있다./AP


해군 중장 출신인 켈리 비서실장은 평소 표정에서 감정이 읽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비(非)외교적 수사(修辭)로 거칠게 비난하자, 켈리 실장은 총회장의 미국대표부 좌석에 함께 앉은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와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대조적으로 연단을 외면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턱을 두 손으로 받치는 ‘고뇌의 자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 김정은을 “자살공격 임무에 나선 로켓맨”으로 불렀고, “미국은 강력한 힘과 인내를 갖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을 수호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베네수엘라 정부는 “부패한 정부”, 이란은 “살인 정권” “깡패 정권”으로 규정했다. 테러범들에 대해선 “패배자(loser)”라고 불렀다.
북한을 비롯한 세계의 불량국가들을 노골적으로 맹비난한 트럼프 연설을 들으며 켈리가 취한 행동들/AP

그러자 이를 듣던 켈리 실장이 ‘실존적 고뇌’의 모습을 보였다며, 트위터와 영미권 언론 매체에선 “우리는 모두 존 켈리와 같은 심정(We’re all John Kelly)”과 같은 글과 함께 그의 총회장 사진이 순식간에 퍼졌다. 또 트럼프 연설의 어느 대목에서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도 분석한 트윗이 돌았다. 예를 들어 “로켓맨” 대목에서 턱을 괬고, 북한을 “범죄자 집단(band of criminals)”이라고 했을 때에는 왼손으로 얼굴을 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진들에 대한 백악관의 ‘해명’ 은 다르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공보비서는 폭스 뉴스에 “이 사진에서 뭐, 우리 다른 직원들의 모습과 다른 특별한 것을 읽을 것이 없다”며 “우리는 매일 미국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느라 매우 피곤하다”고 말했다. 즉, 켈리 비서실장의 이날 ‘실존적 고뇌’ 모습은 ‘열정 대통령’ 트럼프를 보필하느라 피곤한 탓이라는 ‘해석’이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1/2017092102171.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