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특보 비판후 靑 경고받은 송영무 장관, 그의 속내는?]

"文특보, 참수부대 비판하면서 대통령과 김정은을 동격 취급
그간 벼르고 있었는데 터진 것… 보수층에 잘 보이려 한 것 아냐"

'청와대와 엇박자' 지적엔
"국방장관은 전술핵이든 뭐든 모든 옵션 검토하고 직언 해야"
 

"내가 보수층에 잘 보이려 그런 얘기 한 게 아닙니다. 그동안 (문정인 특보에 대해) 벼르고 있었는데…" 송영무 장관은 지난 18일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해 "상대해서 될 사람이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려 파문이 인 뒤 가까운 국방부 간부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송 장관 발언이 보도된 뒤 휴대폰에 수백 통의 격려 문자가 왔다고 한다.

◇문 특보 참수작전 발언에 격분
 
송영무 국방장관 논란이 된 발언
송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문정인 특보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왜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느냐'고 묻자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는 않아 개탄스럽다"며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현직 국방장관이 대통령 특보를 향해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일단 외형상으로는 이번 파문에 대해 청와대가 19일 '엄중 주의 조치'를 하고, 송 장관이 국회에서 "사과한다"며 물러섬에 따라 사태가 수습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송 장관은 그 뒤에도 사석에서 문 특보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이 문 특보 발언 중 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인 부분은 송 장관 본인에 대한 표현도 있지만 대통령에 대한 언급 때문이었다고 한다. 문 특보는 지난 15일 한 인터넷 매체 인터뷰에서 "금년 12월 1일부로 (참수작전) 부대를 창설해서 전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송 장관의 국회 답변 발언을 두고 "아주 잘못됐다.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이어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 대해 참수작전을 펼치겠다고 하면 우리도 적대적인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에 대해 "문 특보가 김정은과 대한민국 대통령을 동격(同格)으로 취급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에 대해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문 특보가 지난 6월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발언 등으로 파문을 일으킨 뒤부터 "안보 특보로는 적절치 않다"는 말을 해왔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이 때문에 18일 국회에서 "안보 특보라든가 정책 특보 같지가 않아서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송 장관은 북한 핵동결을 전제로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해야 한다는 문 특보 주장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병대 출신 선호하는 야전 군인 기질

군내에서는 송 장관이 청와대 경고를 받은 이상 톤은 다소 낮추겠지만 그의 성향상 앞으로도 정권의 입장과는 다른 소리를 계속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청와대와 여권이 '송 장관 개인 생각'이라며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이와 관련, 송 장관은 "국방장관이라면 전술핵 재배치든 뭐든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하고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금도 말한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송 장관은 지난 7월 31일 국방위에선 "문 대통령에게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를 건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의 한 소식통은 "환경부에선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에 대해 가급적 미루려는 입장이었는데 송 장관의 이 답변으로 인해 지난 7일 발사대 추가 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주변에선 송 장관이 아직도 장관보다는 야전 군인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국회에서 했던 직설적 답변이 논란이 되자 참모들에게 "국민의 대표가 물어보는데 숨길 게 뭐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송 장관 본인은 해군 출신이지만 그는 해병대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군 참모총장 시절 해병대 출신을 전속 부관으로 삼고, 해사 생도대장을 해군이 아닌 해병대에서 보임하는 등 당시로선 초유의 인사를 단행해 화제가 됐다. 장관 취임 후에도 한 해병 소장을 기무사령관 후보로 적극 추천 했지만 육사 출신이 기무사령관에 임명되자 이 장성을 다시 국방부 국방개혁실장(1급) 후보로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송 장관에 대해 군 내부에서는 "송 장관이 정말 마음을 비운 것 같다" "오래가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성향 때문에 고위 장성 및 간부 인사에 있어 청와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1/20170921003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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