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18일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이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게 무엇인지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미국이 북한과 같은 취약한 상대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남한 국민이 인질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북 군사 조치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미국이 남한 피해를 최소화하며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면 대북 군사행동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된다. 종전의 미 당국자들 말과는 차원이 다른 언급이다.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적 방법'으로선 일단 북핵 미사일 시설에 대한 제한적 타격이 거론된다고 한다. 북의 핵 능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강력한 경고가 되고 북이 전면전으로 보복할 수 없는 수준의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 사이버 공격, 북한 선박 검색을 통한 사실상 해상 봉쇄 등이 거론된다.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100% 장담할 순 없지만 그나마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한다.

미국은 대북 경제 제재와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는 분위기다. 석유류 공급 축소를 골자로 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가 북한 경제의 목을 조르길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도발을 멈출 것이란 징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김정은은 새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3일 만에 또다시 일본 상공을 지나는 중거리 미사일을 쐈다. 이제 매티스 장관만이 아니라 국무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유엔 대사도 일제히 '당장은 외교적 해법을 사용하지만 군사 옵션 실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 와중에 나온 '서울 위험 없는…' 발언은 더 이상 대북 군사 조치를 말폭탄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미국이 북한 핵 시설에 대해 외과 수술식 타격을 하더라도 중국의 군사 개입은 불필요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의 ICBM 개발이 현실화하면서 미국 사회 전체가 북한을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 행정부 모든 부처의 제1 현안은 북핵이라고 한다. 미 의회의 관심도 역시 최고 수준이며 결코 그냥 있지 않겠다는 정서가 강하고 광범위하다. 한반도 유사시에 한국 거주 미국인 27만명을 대피 시키는 작전 실무 책임자가 북 6차 핵실험 직후 방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매년 두 차례 하는 연습의 일환이라지만 시기가 공교롭다.

지금 한반도 주변에서는 미·일과 중·러가 각각 합동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번 훈련이 미국의 북한 타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를 쳐다보면 모두가 '설마' 하고 있는 사람들 같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9/20170919031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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