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작곡가 고 윤이상 탄생 100년을 맞아 추모글을 남겼다. 윤씨는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 복역 뒤 풀려나 베를린으로 돌아갔고 1995년 사망했다. 문 대통령은 "윤이상은 '20세기를 이끈 음악인 20명' 중 유일한 동양인"이라며 "많은 존경 속에 악보 위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었지만 한반도를 가른 분단의 선만큼은 끝내 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7월 문 대통령 독일 순방에 동행한 부인 김정숙 여사도 윤씨가 묻힌 묘지를 찾아 나무를 심고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서"라고 했다.

윤씨와 그의 아내 이수자씨는 수십 차례 북한을 드나들면서 6·25를 일으켜 민족에 대참화를 안긴 김일성을 향해 '우리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 '주석님의 뜻을 더욱 칭송'이라고 했던 사람들이다. 김일성 생일에 기념곡을 바쳤고, 이씨는 김일성 사망 이후 '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하며 수령님 영전에 큰절을 올립니다'라고 썼다. 그런 윤씨 부부를 위해 김일성과 김정일은 평양에 음악당과 집을 지어줬다.

그뿐이 아니다. 독일 유학생 오길남은 "윤씨가 우리 가족의 월북(越北)을 권유했다"고 했다. 오씨는 북으로 갔다가 탈북했지만 아내와 두 딸은 정치범 수용소를 전전하다 결국 사망했다. 윤씨 아내가 김일성이 하사한 평양 교외 저택에서 호사를 누리고 있을 때였다.

윤씨는 음악으로는 보기 드문 수준에 오른 음악가다. 그러나 가장 포악한 범죄 집단 편에 서서 한 가족의 인 생 전체를 망친 사람이다. 윤씨의 공과(功過)를 따지는 일은 시간이 흐르면서 관련자들의 상처가 아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언젠가 후세가 음악인 윤이상과 친북 윤이상의 공과를 자연스럽게 평가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을 기다리지 않고 갑자기 최고 권력자 부부가 나서서 마치 '규정'하듯이 복권을 계속 시도하고 심지어 '민주화'까지 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7/20170917015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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