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북압력 훼손" 비판 이어 美 "인도 지원? 한국에 물어보라" 불쾌감 표시
文대통령 "中·러 비공식 밀무역 차단" 요구해놓고 자신도 北에 '잘못된 신호'

지난 7월 독일 G20 정상회의 때 한미일 정상이 첫 회담을 할 때의 모습. /뉴시스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와중에 우리 정부가 '800만 달러 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행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과 일본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일 안보 동맹 간 공조에 빈틈이 없으며 '국제 기구를 통한 인도 지원'에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완벽한 대북 압박을 요구하는 미·일과 이상 기류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14일 “북한 아동·임산부 건강과 영양 지원을 위해 유엔 산하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엔에서 대북 유류 공급 제한 등을 담은 제재안이 통과된 지 불과 이틀여 만에 나온 이 발표는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는 '유엔 산하기구 요청'이란 점과, '인도적 지원'은 대북 제재와는 별개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청와대는 15일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도 불구, 대북 인도적 지원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3시간여 뒤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800만 달러 지원 건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는 변경이 없다"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핵 도발에 대한 단호한 제재와 대응책 기조도 유지되지만, 이와는 별개로 북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부분은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변하지 않는 기조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전날 북한의 추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를 파악해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했지만 대북 지원 계획을 그대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미리 알고도 인도적 지원을 발표했을 만큼 정부의 '확신'이 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 생각과 달리 미국·일본의 반응은 격했다.

미국 국무부의 그레이스 최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북 인도 지원 방침에 대해 미국에 사전 통보를 했느냐, 미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의 최대 안보 동맹이자 우방인 미국이 양국 관계에 직결된 사안에 '한국에 물어보라'는 표현을 할 때는 이상 기류가 있다는 뜻이다. 그간 미 정부는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될 때, 그리고 북한에 군사회담 등 '대화 제의'를 했을 때마다 "한국에 물어보라"고 답하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한국의 북한 인도 지원 검토는 대북 압력을 훼손하는 행동"이라며 "지금은 대화 국면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에 최대한 압력을 가할 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일이 문제 삼는 것은 인도적 지원의 대상(북한 아동·여성 등 취약계층)이나 경로(국제기구)가 아니다. 대북 제재안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지속하는 인도적 지원이나 대화·협력 제안은 북한 정부에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북한의 위상과 협상력이 높아졌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그간 북한 6차 핵실험 등을 계기로 완벽한 한미 대북 공조 체제와 함께 '현재는 대화 국면이 아니다'란 점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일이 보기에 문 대통령이 자신들의 입장과 정반대에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 CNN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비공식적인 밀무역도 확실히 차단해달라"며 국제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오히려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 공조에 '빈틈'을 만들 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CNN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미·일 공조에서 소외되고 있지 않느냐' 등의 질문에 "한·미는 대북 정책 큰 방향에서 입장이 정확히 같다"며 한·미 또는 한·미·일 공조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외교가에선 그런 인식은 우리만의 '착각'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5/20170915012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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