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미 CNN 인터뷰에서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자체 핵개발이나 전술핵 반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핵에 우리도 핵으로 맞서면 남북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 동북아 핵 경쟁도 촉발시킨다"고 했다. 청와대 안보실 차장 언급과 같은 것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리 안보 상황을 남 얘기 하듯 하는 안보 책임자들의 생각이 놀라울 정도다.

핵에는 핵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핵이 개발된 이후의 진리다. 북핵에 대응해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핵 대 핵'이 절대적으로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핵 대 핵으로 맞서야 하는 것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대통령은 '핵 대 핵'이 되면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한다. 북핵으로 남북의 군사력 균형은 '100 대 0'으로 무너졌는데 이게 평화인가. 5000만이 핵 인질로 북 집단에 굴종하면서 살자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미 북·중·러가 다 핵무장국인데 미국 전술핵이 한국에 재배치된다고 무슨 동북아 핵 경쟁이 더 벌어진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한국 대통령은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성사 여부를 떠나 최소한 전략적 모호성은 유지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엔 생존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선택 가능성을 대통령이 먼저 일축하면 대한민국의 지렛대는 무엇이 남나. 문 대통령은 '전술핵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고 했는데 지금 평화롭고 안정된 상태인가. 본인 스스로 얼마 전엔 '6·25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했었다.

이날 정부가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라 북한에 800만달러 지원 검토를 발표한 것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북한 아동·임산부 구호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 불과 이틀이다. 어떤 일에도 때가 있다. 미국은 12개 중국 은행 제재를 검토한다고 하고 유럽도 추가 독자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구멍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 정부가 아무리 인도적 차원이라고 해도 이틀 만에 대북 지원에 나선다면 어떻게 되나. 당장 일본 정부는 "반대한다"고 공언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가 일본뿐이 아닐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4/20170914034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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