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제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적폐 청산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지난 4개월간 주요 어젠다 세팅을 우리 스스로 할 수 없었다"며 "일자리 창출, 적폐 청산 의제가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김이수 헌재소장 인준안이 부결됐지만 밀리지 않고 적폐 청산을 확실히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말이 적폐 청산이지 전(前) 정부 청산이다. 이제 표적은 전 정부에서 전전 정부로 옮아갔다. 국가정보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연예계 80여명 블랙리스트'라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민주당은 마침내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과거 국정원이 국내 정치·사회·문화계에 개입해 한 치졸한 짓을 보면 한심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 수사는 노무현 대통령 자살에 대한 보복이라는 성격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보복의 악순환이 한 번 더 쳇바퀴를 돌리려 한다. 늘 그랬듯이 이 정권도 5년 뒤엔 같은 일을 당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국방부 '군(軍) 적폐청산위원회'에 과거 "(천안함 폭침 문제에) 북한이 더 믿음이 간다"고 했던 정치인을 포함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그는 군 기밀 유출 논란도 불렀던 사람이다. 군 적폐청산위에는 군내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재야 단체 출신도 포함돼 있다 . 이런 사람들이 모여 청산한다는 '적폐'는 과연 무엇인가. 이들이 우리 군에 정말 무서운 적폐를 쌓는 것은 아닌가.

다른 부처에도 적폐청산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조사한다고 한다. 정권 임기 5년이 긴 시간이 아닌데도 새 정부 출범 후 '미래'라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고 온통 '과거'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4/20170914034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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