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술 뺏기면 안보 위협"… 1조5000억원 기업 인수 거부
오바마 때도 '반도체 기술' 민감
중국 정부는 "시장 자유 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중국계 사모펀드인 캐넌브리지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미국 반도체 회사 '래티스 반도체'를 인수하겠다는 요청에 대한 승인을 거부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캐넌브리지는 중국 국영기업인 차이나벤처 캐피털펀드가 지원하고 있다"며 "지식재산 이전 가능성과 (미국에 대한) 반도체 공급망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승인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날 "이번 결정은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는 미 행정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래티스 반도체'는 휴대전화 등 전자 기기를 상호 연결하는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생산한다.

미국은 그동안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중국계 펀드가 독일의 반도체 장비 업체 아익스트론의 미국 자회사를 인수하려 하자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포기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중국의 래티스 반도체 인수 시도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 12월에 이미 국회의원 22명이 매각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었다. 해외 투자자가 미국 기업을 인수 합병할 때 국가 안보 위협 여부를 심사하는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도 지난 1일 안보 위협을 이유로 래티스 반도체의 매각 승인을 거절했다. 그러자 래티스 반도체는 최후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인 여부를 가려 달라고 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래티스 반도체 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어떤 외교·경제적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시험대였다"며 "북한 핵 도발을 막지 못하는 중국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더욱 비판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래티스 반도체의 중국 매각을 승인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은 기업 스스로 결정한 시장 행위"라면서 "민감한 투자 분야에서 안보 관련 고려를 하는 것은 모든 나라의 권리이지만 이것이 보호주의를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날 "중국산 공구함이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아 생산됐다"는 미 공구함 업체의 제소를 받아들여 중국산 공구함에 대해 17.3~32.1%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산 공구함 9억9000만달러(약 1조1222억원)어치를 수입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외국 정부가 자국 상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매우 중시하는 문제"라며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미국 시장에서 이런 편의를 계속 누리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5/20170915001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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