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원탁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고 몇몇은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 TV나 신문에서 많이 봤던 이 장면이 연출되는 곳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있는 '안보리 회의장'이다. 사진 속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안보리 회의장의 한쪽 벽에는 대형 벽화가 있다. 노르웨이 화가 퍼크 로그가 그린 '피닉스(Pheonix)', 한국말로 '불사조'다.

많은 사람들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한 줄 기사로 안보리를 접한다. 안보리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이며 또 안보리에 얽힌 이슈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

유엔 안보리 회의 모습. /조선DB
 

UN 가입국 193개 중 단 15개 나라

유엔 안보리의 정식 명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45년 10월 24일, 유엔(UN)과 함께 그 산하기구로 창설됐다. 유엔은 안보리 외에 총회, 국제사법재판소, 사무국,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1994년 11월 이후 활동 정지)의 7개 기구로 이뤄져 있다.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개 나라와 비상임이사국 10개 나라로 구성된다. 주요 임무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중재하는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안보리는 유엔 회원국이 모두 참석하는 총회보다 더 강력한 권한이 있다. 모든 회원국은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할 의무를 가진다고 유엔 헌장에 명시되어 있다. 때문에 안보리가 유엔에서 가장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임이사국_ 절대 바뀌지 않는 그들

안보리를 이루는 15개국 중에서도 5개국, 즉 '핵심 중의 핵심'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다. 이들을 '상임이사국', 또는 'Permanent member'라는 뜻에서 'P5'라고 부른다. 비상임이사국이 2년마다 교체되는 것에 반해, 상임이사국은 유엔 출범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중국은 1971년 중화민국(現 대만)이 유엔에서 퇴출 당한 이후 그 자리를 대신한다. 5개국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며, NPT(핵확산금지조약)가 공인하는 '공식 핵 보유국'이다.

'바뀌지 않는다'는 것과 더불어, 상임이사국만이 갖는 가장 큰 권한은 '거부권(Veto, 영문명 그대로 '비토권'이라고도 함)'이다. '안보리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의 동의 투표를 포함한 9개 이사국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유엔헌장의 조항에 따라, 상임이사국 중 한 개의 국가라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경우 결의안은 통과될 수 없다. 상임이사국이 안보리 의사결정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비상임이사국_ 2년에 한 번씩 바뀌는 그들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10개국이다. 유엔 출범 당시에는 6개국이었으나 1965년부터 의석이 확대됐다. 할당된 의석수(아프리카 3석, 아시아 2석, 라틴아메리카 2석, 서유럽 및 기타 2석, 동유럽 1석)에 따라 각 대륙에 속한 나라 간에 합의를 통해 추대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합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엔 투표로 결정한다. 이후 총회에서 가입국 2/3의 지지를 얻으면 최종 승인된다. 임기는 2년이고 연임할 수 없으며, 거부권도 없다.

한국은 1991년 유엔에 가입한 뒤 1996년 처음으로 비상임이사국이 됐다. 2007년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거와 겹쳐 포기하고 2013년 비상임이사국에 재진출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총 11회 진출로, 전세계에서 비상임이사국 '최다 진출' 국가가 됐다. 2위는 10회 진출한 브라질이다. ▷관련기사: 6년마다 안보리 진출한 일본

현재 임기(2016~17)의 비상임이사국은 이집트, 세네갈, 일본, 우루과이, 우크라이나, 볼리비아,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스웨덴, 에티오피아이다. 다음 임기(2018~19)의 비상임이사국은 현재 5개국만 결정되었는데, 네덜란드, 코트디부아르, 쿠웨이트, 폴란드, 페루이다.

*그래픽=2017년 기준.

안보리의 막강한 권한들

유엔 헌장에서 안보리의 핵심 권한을 명시한 부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안보리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에 관한 것이다. 이것에 관한 한 안보리는 총회보다 절대적으로 강한 권한을 가진다. 총회는 국제 분쟁 해결을 위해 군사행동 등을 필요로 하는 권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안보리는 평화적인 권고가 효력이 없을 경우 강제 개입이 가능하다.

안보리 결의나 유엔 헌장을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회원국에 대해 제명을 논의할 권한도 안보리가 가진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안보리 결의를 계속 무시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제명을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안건에 부쳐지지는 않았다. 논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으로는 북한을 제명하지 않고 유엔 회원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유엔과 무관한 비회원국이 되면, 안보리 결의를 통해 제재할 수 있는 명분조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안보리의 주요 결정

1950년 6월 27일 - 6·25 전쟁 참전 결의

한국전에 참전한 터키군. /국가기록원

1950년, 북한의 침략으로 6·25 전쟁이 발발하자 안보리는 즉각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결의문 제82호를 채택했다. 결의문은 '북한군의 대한민국에 대한 무력공격은 평화의 파기이며,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군대를 38선 이북으로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내용의 결의문에 안보리 국가들은 찬성 9, 기권 1(유고), 불참석 1(소련)표를 던졌다.

결의문 채택에도 북한이 침략행위를 멈추지 않자, 안보리는 6월 27일 재소집하여 결의문 제83호를 채택한다. 주요내용은 '국제평화와 안전 회복을 위해 한국에 필요한 원조를 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하는 것이다. 이 결의문에 따라 당시 초대 유엔 사무총장이던 트리그브 할브란 리(Trygve Halvdan Lie)는 여러 회원국으로부터 군대 및 식량, 의약품 제공 등 원조 약속을 받아냈다.

7월 7일, 안보리는 결의문 제84호 채택을 통해 '회원국들이 미국 지휘하의 통합사령부에 군대를 제공할 것을 권고'한다. 이로써 가장 먼저 한국에 들어온 미군을 필두로, 16개국이 '유엔군'이란 이름으로 6·25 전쟁에 참전하기에 이른다. 이는 유엔이 한 국가에 강력한 군사개입을 한 최초의 사례다.

▷관련기사 [역사속의 오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6ㆍ25 참전 결의

1990년 11월 29일 - 걸프전 참전 결의

/조선DB

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원유 공급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오던 쿠웨이트를 침공한다. 이후 안보리는 12차례 결의안을 통해 이라크를 침략자로 규정하고 즉각 철수할 것을 권고한다. 그런데도 반응이 없자 안보리는 1990년 11월 29일, 이듬해 1월 15일까지 철군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결의안을 채택한다.

안보리가 권고한 철군 시한을 이틀 넘긴 1월 17일, 미군을 중심으로 한 33개국 다국적군은 바그다드를 공습하는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을 개시한다. 작전 6주만인 2월 28일, 다국적군의 최첨단 무기에 초토화된 이라크는 항복을 선언한다. 당시 한국은 5억 달러의 전쟁 지원금을 분담하고 군 의료진 및 수송기를 파견했다. 같은 해 4월 3일, 이라크-쿠웨이트 국경선 확정, 비무장지대 설치, 대량 파괴무기의 폐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안보리 결의 687호가 채택되며 걸프전이 공식 정전(停戰)됐다.

2011년 3월 18일 - 리비아 내전 개입 결의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30km 떨어진 곳을 공습한 연합군. /조선DB

2011년 2월 15일, 리비아에서 독재자 카다피에 반대하는 세력과 지지하는 세력 간의 충돌로 내전이 시작됐다. 군사 충돌이 민간인 학살로 번지자, 안보리는 2월 25일 긴급회의를 열고 국민에 대한 무력행사 중단을 촉구하는 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언론발표문은 안보리 결의보다 강도가 낮은 수단으로, 유엔 주도로 물리적인 억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리비아의 유혈사태에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안보리는 3월 18일 마침내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NFZ)을 설정하고 민간인 보호를 위해 지상군 공습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한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총 5개국이 기권하고 10개국이 찬성했다. 당시 러시아는 '리비아 내전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안보리 결의 이후 리비아 사태는 급진전되어, 바로 다음날 리비아 정부는 정전과 모든 군사작전의 중단을 선언했다.

▷관련기사 유엔 안보리, 리비아 제재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1993년 3월~현재 - 북한 핵·미사일 관련 결의만 10차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한 가장 첫 안보리 결의는 1993년 3월에 나왔다. 당시 북한이 비(非) 핵보유국의 새로운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탈퇴 선언 재고를 촉구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두 번째 결의는 2006년 7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일본 상공으로 발사했을 때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보리 결의는 제재가 아닌 '미사일 개발 및 군수품 거래의 중단을 촉구'하는 정도에 그쳤다.

북한이 같은 해 10월 1차 핵실험을 하자, 안보리는 대북 결의 1718호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와 금융거래, 사치품 반입을 금지하는 제재를 가했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에는 기존의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가 채택됐다.

북한은 이러한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채,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한다. 이에 안보리는 대량의 현금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제재와 함께, 지속적으로 결의를 위반할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약 두 달 뒤인 2013년 2월,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하고 안보리는 새로운 제재 방안을 담은 결의를 채택한다. 기존 금융제재의 강화 및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규탄, 금지품목 적재 의심 항공기에 대한 이착륙 불허 촉구 등이 그 내용이다.

2016년 초, 북한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 발사로 또 도발을 한다.  그러자 안보리는 전례 없었던 북한의 석탄 수출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 결의 2270호를 채택한다. 이 결의는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았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같은 해 9월 5차 핵실험을 하고 안보리는 석탄 수출 상한선을 정하는 결의를 채택하기에 이른다.

올해도 북한 도발로 인한 안보리 결의가 있었다. 지난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4형'을 두 차례 발사하자 안보리는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대북 결의 2371호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안보리는 12일(한국시간) 대북 유류공급 30% 차단 및 섬유 수출 원천봉쇄 등을 담은 새 대북제재안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당초 미국은 전면적인 대북 원유금수 조치를 밀어붙였지만, 중국·러시아와 이견을 보이며 제재 수준을 완화했다. 이로써 북한에 대한 안보리 결의는 총 10차례가 되었다. ▷기사 더보기

▷관련기사 美·中 북핵 해결 불능 재확인한 유엔 제재

안보리 쥐락펴락 하는 P5… '그들만의 리그'?

지난 7월, 북한의 석탄·철광석 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만난 美·中 대사. 강대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의해 결의안 채택이 난항을 겪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조선DB

안보리의 체제는 1945년 유엔이 생긴 이후 큰 변화없이 유지돼 오고 있다. 이는 현재의 안보리 체제가 이상적이어서가 아니라, 바꾸기 힘들어서 그렇다.

안보리는 그동안 영속적으로 권력을 보장받는 상임이사국, 'P5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실제로 P5 국가들은 결의안을 채택할 때는 물론, '세계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을 선출할 때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뉴욕타임스는 '193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엔 총회는 안보리 P5가 합의한 사무총장 후보에 대해 '고무도장' 역할만 할 뿐"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사무총장이 된 후에도 연임을 위해선 P5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도 했다.

상임이사국 확대를 골자로 하는 안보리 개편안 주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본, 독일, 브라질, 인도 4개 국가가 이 주장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G4'라는 모임을 만들고 상임이사국 확대를 꾸준히 주장하는 중이다. 반면 이들에 반대하는 입장도 팽팽히 맞선다. 한국도 공식적으로 반대파에 속해있다. 어찌되었건, 어느 쪽의 주장이라도 현실화 되기 위해선 상임이사국 5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집:유엔 반세기] ②유엔 개혁문제
 

상임이사국 합류를 꿈꾼다_ G4: 일본, 인도, 독일, 브라질

(왼쪽부터) 아베 일본 총리, 모디 인도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조선DB

상임이사국 확대 추진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현재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유엔 분담금을 많이 내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상임이사국 자리를 요구한다. 하지만 일본을 견제하는 중국과, 쿠릴열도 영토 분쟁을 겪은 러시아 두 상임이사국은 일본의 합류를 거부하는 입장이다. 또한 유엔 자체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라는 것을 돌이켜보면,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원죄도 가지고 있다. 한국 역시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점을 들어 상임이사국 합류를 반대한다. 독일도 일본과 같은 이유로 상임이사국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관련기사: 아베의 상임이사국 야심

인도는 제3국가를 대표하는 나라로서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기를 원한다. 올해 3월에는 '거부권이 없는 상임이사국 자리라도 달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의 경우 타 남미 국가들의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너희들의 합류를 반대한다_ 커피클럽: 한국, 멕시코, 이탈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이들 G4에 맞서는 국가들의 모임은 '커피 클럽'이다. 1998년 결성되었는데, '커피 한 잔 하며 느긋하게 대화하는 모임'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식 명칭은 '합의를 위한 단결(UFC·Uniting for Consensus)'이다.

결성 당시엔 한국, 멕시코, 이탈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의 27개국이었는데, 2005년 모임에선 무려 119개국이 참석했다. 가장 최근의 모임은 2014년 열렸으며, 이 회의에서 커피클럽 회원국들은 상임이사국 5개국은 그대로 두되 비상임이사국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커피 클럽의 주축이 되는 주요 국가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특정 국가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막는 선봉장 역할을 한다. 한국의 경우 일본, 독일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인도는 파키스탄, 브라질은 아르헨티나 등이 맡고 있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 외신 인터뷰에서 '상임이사국 증설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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