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돈줄' 막으려 北과 거래 中 금융기관 독자제재 추진]

- 트럼프 "유엔 제재, 아주 작은 걸음"
美 재무 "中, 對北제재 안따르면 달러화 시스템 접근 못하게 할것"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초상은행·농업은행 등 제재해야"

- 北, BDA제재 때 협상테이블 나와
美금융제재 두려워한 국가·기업들, BDA는 물론 북한과도 거래 끊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안이 원유 전면 금수(禁輸)에 실패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독자 제재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의 '돈줄'을 막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에 대해 국제 달러화 시스템 접근 차단 등의 제재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제재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들에게 "(전날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안은) 아주 작은 걸음에 불과하고, 큰일이 아니었다"며 "(이번 제재는) 궁극적으로 발생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그게(안보리 결의안이)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15대0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좋았다"고 말했다. 이는 애초 미국이 요구했던 전면적 원유·석유류 금수가 중국과 러시아의 벽에 막혀 30% 삭감으로 후퇴하는 등 제재가 대폭 완화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집 총리가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거래를 더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그게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원하는 수준의 제재는 완전한 대북 거래 차단으로 보인다.
 
렉스 틸러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양제츠(왼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방중(訪中) 및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렉스 틸러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양제츠(왼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방중(訪中) 및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PA 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중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중국이 유엔 제재를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과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BDA식 제재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아직 상한선에 이르지 않았고, 현시점에선 바닥 수준"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이날 열린 미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선 중국 대형 은행들에 대한 제재 요구가 쏟아졌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초상은행과 농업은행 등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주요 은행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초상은행에 대해 "중국에서 재무적으로 가장 위험한 은행 중 하나"라고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초상은행이 미국의 금융 제재를 받게 되면, 중국 금융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마셜 빌링슬리 재무부 금융 제재 담당 차관보도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 정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앞으로 금융 부문에서 북한 정권을 돕는 개인들을 겨냥하고 폭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원 외교위원회가 지난달 2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공상은행과 건설은행 등 중국 은행 12곳에 대한 제재를 요구한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이 역시 중국 금융기관을 압박하려는 미국의 계산과 관련이 있다. 하원 외교위는 이 서한에서 "지난 6월 미 재무부의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에 박수를 보낸다"며 "우리는 김정은에게 흘러들어가는 돈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고 했다. 외교위는 또 북한 중앙은행인 조선중앙은행과 중국 자본이 나선지구에 설립한 중화상업은행 등 금융기관 16곳에 대한 추가 제재도 요구했다.

미 정부와 의회가 금융 제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난 2005년 마카오 BDA은행에 대한 제재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김정일 자금이 있던 BDA를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했는데, 미국의 금융 제재를 두려워한 대다수 국가와 기업은 BDA는 물론 북한과 거래를 중단했다. 당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했을 정 도로 북한에 큰 고통을 줬다.

최근 중국 은행들이 북한 국적자 신규 계좌 개설과 대북 송금을 중단한 것도 미국의 이 같은 금융 제재 움직임을 감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로이스 외교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그간의 대북 제재는 통하지 않았다"며 "주로 중국에 있는 금융기관들의 거래를 차단해 목을 죄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4/20170914002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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