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원유공급 차단 등 핵심 빠져]

美 하원 외교위원회 "중국의 농업·초상은행 등 北과 거래하는 대형은행 제재를"
한국內서도 "국제제재 기대말고 북한의 핵 보유를 상정하고 현실적 대책 마련 서둘러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2일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9일 만이다. 하지만 북한 정권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원유 공급 차단' 등 핵심 조항이 중·러의 반대로 빠져 안보리 제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러시아는 이번 2375호 결의의 신속한 채택에 협조하면서도 곳곳에 제재 효과를 약화시키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에게 신규 노동 허가를 내주지 못하게 했지만, '이미 서면계약이 완료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북한과의 합작 사업을 전면 금지하면서도, 북·중 간 수력발전 인프라와 북한 나진~러시아 하산 간의 철도·항구 프로젝트는 예외로 뒀다. 북한에 공급되는 원유량을 '동결'하기로 했지만, 대북 원유 공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이 정확한 공급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제재 이행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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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1일(현지 시각)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대북(對겗)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북한으로의 유류(油類) 공급을 30%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사진은 니키 헤일리(왼쪽 사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류제이(오른쪽 사진)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대북 결의안에 대해 손을 들어 표결하는 모습. /AFP·신화 연합뉴스
반면 새 제재로 중유·경유 등 정제된 석유제품의 대북 수출량이 연간 450만배럴에서 55% 줄고, 연 7억6000만달러 규모인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이 차단된 것 등은 의미 있는 성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제재로 북한에 들어가는 원유·석유제품은 연간 30%가량 줄게 된다. 섬유 수출 전면 금지 등으로 북한의 연간 수출도 1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앞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할 수 있는 제재를 한꺼번에 다 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실망감과 함께 안보리 제재가 갖는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도 결국엔 제재 수준을 조금 높이는 것으로 끝났다"며 "러시아와 중국의 힘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초안대로 강경 입장을 고수해 자칫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거나 안보리가 분열하는 것보다 제재 수위를 낮추더라도 안보리가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주요 내용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연대가 없었다면 이번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 않았다"고 했다. 대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강력한 독자 제재를 주문하고 나섰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중국농업은행, 초상은행 등 중국의 대형 국유은행에 대한 독자 제재를 트럼프 행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미국의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현재) 가장 옳은 것은 중국·러시아와 상관없이 최대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면서 "북핵 해결보다 북한의 존립을 더 중시하는 중·러에 더는 큰 기대를 하지 말고 미국이 독자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NYT에 "미국 정부는 군사적 압박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은행들에 대한 제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선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군사 대응 주장이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다. NBC 방송은 지난 8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전날 "전술핵 재배치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내에서도 "이제 '국제 제재를 통한 핵 포기'만 기대하기보다는, 북한의 핵 보유를 상정하고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이고 한·미 방위비 분담 조정을 통한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상시 배치 문제 등도 미국에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도 "유사시 국민 보호를 위해 군사적 대비는 물론 민방위 훈련을 포함한 사회의 모든 체계를 북한의 핵 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3/20170913002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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