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후퇴한 對北 제재안, 오늘 유엔 안보리에서 표결]

"알맹이 모두 빠져 이전처럼 허울뿐인 제재 우려" 비판 일어
고려항공도 제재 대상서 제외… 北 보호하려는 中·러 의지 반영
"北 유류수입 30% 차단 효과… 섬유제품 수출 금지 등으로 年 10억달러 타격" 분석도
 

11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 부쳐질 대북 제재결의안을 두고 유엔 외교가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6일 미국이 제안했던 초안의 대북 석유 금수(禁輸), 김정은 제재 대상 등재 등 '끝장 제재' 내용이 다 빠져 이전과 마찬가지로 '허울뿐인 제재'가 될 것이라는 비판론이 있는 반면, 북한 섬유 수출 금지와 해외 송출 노동자 안보리 승인 의무화 등 북한의 돈줄을 조일 수 있는 카드가 상당수 포함됐다는 반론도 있다.

대북 석유 금수는 처음으로 대북 제재안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전면 금수가 아니라 물량만 제한하는 것이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초안은 원유는 물론 천연가스, 정제된 석유제품까지 모두 북한에 수출할 수 없게 차단하는 것이었지만 수정안은 원유는 '현 수준 동결', 석유제품은 '연간 200만배럴'로 공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각)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메릴랜드주(州)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내각 회의를 소집해 허리케인 ‘어마’ 대응책과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10일(현지 시각)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메릴랜드주(州)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내각 회의를 소집해 허리케인 ‘어마’ 대응책과 북핵 문제 등을 논의했다. /AFP 연합뉴스

중국은 단둥에서 압록강을 지나 신의주 봉화화학공장으로 가는 대북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연간 50만t 이상의 원유를 보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은 지난해 중국의 대북 수출량이 27만4000t이었다. 여기에 러시아가 북한에 수출하는 원유 4만t과 석유제품 20여만t을 합치면 북한이 중·러를 통해 공급받는 원유와 석유제품은 각 50만t씩, 총 100만t 안팎으로 추정된다.

새 제재안은 이 가운데 중국의 대북 송유관에는 손을 대지 않고, 북한의 석유제품 수입만 200만배럴(약 26만t)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석유제품의 절반, 원유를 포함한 전체 유류 수입의 30%가 줄게 되는 것이다.

김정은·김여정 남매가 초안과 달리 제재 대상에서 빠진 것도 북한 당국을 보호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고려항공도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이로써 김정은의 중국 방문까지 차단되고 고려항공의 해외 취항이 불가능해질 수 있었던 초강력 제재는 불발됐다.

미국이 제안한 초안 중 논란이 가장 많은 제재 항목 중 하나였던 제재 대상 선박을 공해상에서 군사력까지 동원해 강제 검색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은 선적(船籍)국의 동의를 받고, 근거를 제시해야 검색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신규 대북 제재 결의안 수정안 정리 표

미국은 이런 항목들을 양보했지만, '북한의 돈줄 죄기' 제재는 상당 부분 지켜냈다.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을 막은 것은 북한에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섬유 수출은 7억5246만달러로 14억5756만달러였던 석탄·광물에 이어 2위였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7%나 된다. 전체 수출의 51.7%를 차지했던 석탄·철광석 등 광물 수출이 중단된 상태에서 추가로 섬유까지 수출길이 막히면 북한의 외화 수입은 78.4%가 줄어들게 된다.

해외 북한 노동자에 대해 앞으로 고용계약을 맺을 때 안보리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도 의미 있는 제재라는 평가이다. 한 유엔 소식통은 "현재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가 계약 기간이 끝나 재계약을 맺어야 할 때 안보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해외의 북한 노동자가 앞으로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이를 통한 외화벌이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해외 북한 노동자를 통해 연간 12억~23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유 수출 손실 7억~8억달러, 줄어드는 해외 노동자 송금 수입 등을 합치면 이번 추가 제재로 북한이 받을 금전적 타격은 연간 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끝장 제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으로 북한이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보리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중국 외교부는 11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필요한 조치에 찬성 한다"고 밝혔다. 겅솽(耿爽)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진일보한 반응과 필요한 조치를 하는 데 찬성한다"며 "우리는 안보리 회원국이 충분한 협상 아래 공동 인식에 도달해 대외적으로 일치단결된 목소리를 낼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날 안보리 표결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를 하지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2/20170912003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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