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일 안보리 표결 강행"… 중·러와 원유차단놓고 협상 치열]

- 미·중·러, 제재안 합의 진전
美, 일부 항목 양보카드 내밀어 "중·러, 섬유 禁輸는 수용할 듯"

- 시진핑, 국제사회 강한 압박받아
트럼프이어 메르켈·마크롱 통화 "원유공급 중단 등 요청받은 듯"

中 양제츠, 틸러슨 美국무 만나 시진핑 입장 적극 설명할 듯
 

틸러슨 국무장관(왼쪽), 양제츠 국무위원.
틸러슨 국무장관(왼쪽), 양제츠 국무위원.

사상 최강의 대북(對北) '끝장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과 초고강도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러시아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미국은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안 표결 강행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히면서 배수진을 쳤고, 중국은 외교 수장인 양제츠(楊潔) 국무위원을 미국에 급파하는 등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는 9일(현지 시각) "유엔 안보리에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11일 개최해 달라는 뜻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11일 표결'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안보리 표결은 중·러를 포함한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부결되기 때문에 중·러와 개괄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표결 강행 의지를 다시 밝힌 것은 '11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안보리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미·중·러 유엔 대표부는 휴일인 9일에도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였다. 유엔 소식통들은 일부 제재 항목에 관해 양측의 의견이 접근되는 등 합의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유엔 소식통은 "미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북한 섬유 제품 수출 금지, 북한 노동자 해외 파견 금지 등 대북 돈줄 조이기 제재 중 일부 항목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카드를 내밀었고, 중·러도 원유 금수를 제외한 항목에서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중·러가 북한 섬유 제품 수출 금지는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간 합의는 마지막까지 향배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미·중·러가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핵 대응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는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은 피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이 일정 부분 양보해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베이징도 긴박한 분위기였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일 메르켈 독일 총리, 8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갖고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의 6차 북핵 실험 당일인 지난 3일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찾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양자 회담까지 포함하면 시 주석은 채 1주일도 안 돼 4개국 정상과 북핵을 의제로 회담을 가진 것이다. 미국 소재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트럼프 등 세 명의 서구 정상들은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핵개발 포기 압박 등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시 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압박 대상이 됐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중국이 양제츠 국무위원을 오는 12~13일 미국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중국은 대북 제재 강화는 찬성하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석유 공급 중단에는 신중한 자세"라며 "시 주석도 종합적인 대책에 따라 항구적인 해결을 추구한다며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국무위원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등과 만나 시 주석의 입장을 다시 설명하고 북핵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9일 루캉 대변인 명의로 "양제츠 국무위원이 10일 (중남미) 자메이카 정부의 초청으로 자메이카를 방문한다"고만 밝혔을 뿐 그의 방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미국 주도 제재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러시아와 중국이 제안한 북핵 로드맵이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중·러 양국은 지난 7월 발표한 한반도 관련 공동 성명에서 중국이 주장해온 쌍중단(북한 도발 중단+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투 트랙 협상(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협상) 등을 양국 공동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9월 방중설'이 나왔 던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부부의 방중 일정이 취소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 6월 '이방카 부부 방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19차 당 대회 이전에 이들의 방중을 실현시키려 백방으로 뛰었던 중국 외교부의 노력도 허사가 됐다. 백악관 측은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기 때문에 취소라고 할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1/20170911002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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