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탄두 '핵무기'에 대한 걱정이 현실이 됐다. 북한은 연일 도발을 일삼고, 우리는 북한과 강대국들 사이에서 '핵 인질'이 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에 오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이후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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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다. 이들 5개국은 유엔(UN)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모두 1967년 1월 1일 이전에 핵실험을 마쳤다. 최초 핵실험 시기는 미국 1945년 7월, 러시아 1949년 8월, 영국 1952년 10월, 프랑스 1960년 2월, 중국 1964년 10월이다.

그러나 인도와 파키스탄은 1974년과 1998년 각각 핵실험을 했고, 이스라엘은 비록 핵실험은 실시하지 않았으나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사실상 인식되고 있다.

 

1968년 7월 1일 유엔에서 채택되어 1970년 3월 5일에 발효된 다국간 조약이다. 이는 1960년 프랑스, 1964년에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하여 2차 대전 패전국의 핵무장을 우려한 미국의 의견에 따라 성립된 것이다. 조약은 1967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핵클럽* 멤버, 즉 핵보유국 5개국을 제외한 나머지 비핵보유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금지하고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 핵무기를 넘겨주는 것에 대한 금지를 골자로 한다. 국제사회의 핵무기 확산을 적극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신 비핵보유국은 그 대가로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으며, 핵보유국 5개국은 궁극적으로 모든 핵무기 철폐를 목표로 한 핵무기 감축 협상을 벌일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은 곧 평화적 핵 개발에 필요한 각종 기술공유와 지원을 위하여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는 것으로, 200여 국가가 조약에 가입되어 있다.

핵클럽 멤버들은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가동하여 추가 핵보유국이 등장하는 것을 봉쇄하려 했는데, 이는 그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조약의 불평등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북한의 핵 실험으로 인해 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주축으로 한 세계 핵 비확산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NPT 회원국이 아님에도 비공식적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부여받은 경우다. 이들은 핵 보유를 선언한 다음, 미국이 이를 용인하고 국제 사회가 묵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북한은 1985년 NPT 가입 이후 1992년 NPT 탈퇴를 선언·주장해오고 있지만, 국제 사회는 여전히 NPT의 회원국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번까지 포함해 총 6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1985년 이후 북한 핵무기 개발 관련 일지
 

北 '파키스탄 코스' 코앞까지 왔다
북한이 최근 미사일 도발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파키스탄식 모델 직전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북한은 파키스탄과는 상황이 다르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애초에 NPT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걸었다. 하지만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해 핵물질을 제공받는 혜택을 누리면서 몰래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2002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발각돼 갈등을 빚자 2003년 일방적인 NPT 탈퇴를 선언한 후 핵실험을 본격화했다. NPT는 탈퇴가 인정되지 않는 조약으로, 북한은 첫 핵실험 뒤 지금까지 8차례에 걸쳐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았다.

파키스탄은 NPT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1998년 파키스탄의 핵실험 이후, 미국은 파키스탄에 대해 독자 제재를 가했다가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제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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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에 대한 시각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핵 능력 고도화를 통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상태에서 미국과 담판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을 대가로 북·미 관계 정상화와 주한 미군 철수 등 '숙원'을 이루겠다는 계산이란 것이다.

미국 트럼프에 대한 시각
북한의 경우 '미국의 인정'을 받으면 핵보유국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일 다른 언행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다 북한과 거래라도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월 31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행동보다는 북한과 '위험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혼자 행동하는 예측할 수 없는 협상가'로 표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업가 기질을 발휘하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거나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하는 '최악의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럴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의 동맹국과 미국이 갈라서고, 오랫동안 북·미 간 직접 대화를 지지해 온 중국만 이득을 보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김정은·도널드 트럼프·문재인.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하나

전문가들이 보는 한국의 선택
"전술핵으로 '공포의 균형' 이뤄야"

전문가들과 군 관계자들은 북한의 완성된 핵무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핵 무장 외에는 없다고 본다.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그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군의 전술핵무기를 들여와 한국이 사용권을 일정 부분 나눠 갖는 방안이 주로 제기된다.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4일 "6차 핵실험으로 이제 한국은 북한의 '핵 인질'이 됐음이 공식화됐다"며 "이런 판국에 대화·협상론은 허망한 레토릭이다. 전술핵 재배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에 반해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막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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