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탄 1000基와 핵 가진 北, 심리적으로 우리를 압도해
'북한 對 국제사회' 구도 만들고 전술핵 재배치로 위협에 맞서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前 외교부 차관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前 외교부 차관

핵·미사일을 가득 실은 평양발 고속열차가 종착역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우리 신정부 출범 후 넉 달 사이에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단행함으로써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중·장거리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스템이 거의 완성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다. 김정은은 베를린 선언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엔 관심도 없다. 종착역에서 한국을 인질로 잡고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와 정권의 미래를 보장받는 것이 목표다.

우리 정부는 이제 안보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남북 대화에 연연하지 말고 대북 압박을 극대화하고 안보 태세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되는 '3축 체제'를 강화해야겠지만, 탄도미사일을 1000기 가까이 실전 배치하고 핵탄두까지 보유한 북한이 재래식 무기에만 의존하는 3축 체제를 얼마나 두려워할지 의문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상호 신뢰 위에 핵 억지력을 완비한 한·미 동맹이다. 북한이 핵을 탑재한 ICBM 개발에 광분하는 이유는 미국 본토를 핵으로 위협함으로써 미국이 동맹국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훼손하기 위해서다.

핵탄두 6800개와 최첨단 운반 수단을 가진 미국이 동맹국 보호를 위해 제공하는 확장 억지의 신뢰도가 아무리 높아도 동맹국 국민이 불안해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는 한국과 일본 국민 모두 미국 본토와 괌에 배치된 핵전력만으로 북한을 완벽히 억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자체 핵무장을 하든지,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북한과 동일한 길을 걸어야 하는 자체 핵무장보다는 미국의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길이다. 탈냉전에도 중동에 핵확산이 될 경우에 대비해 미국이 전술핵 150기를 나토(NATO) 5개 회원국에 남겨두고 공동 운영하는 선례를 따르면 된다.

송영무(맨 왼쪽)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맨 오른쪽) 미 국방부 장관이 8월3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있다.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제공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핵무기 근처에 오는 것조차 꺼리는 미국 내 '비확산주의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나서기에 앞서 오랫동안 워싱턴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정치인·기업인·전문가들이 미국의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대대적인 설득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지리적 거리를 무색하게 하는 최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미군을 본토가 아닌 한국에 '전진배치'했다. 유사시 신속 대응을 위해 여전히 지리적 거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핵무기가 미국 영토와 더불어 한국 내에 있어야 한국 국민이 안심하게 되고, 북한에 대한 억지력과 협상력이 올라간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전술핵을 한국에 직접 배치하는 '전진확장억지(forward extended deterrence)' 전략으로 부를 수 있다. 핵을 가진 북한과의 관계는 체제 경쟁일 수밖에 없고, 체제 경쟁은 심리전이 좌우하며, 여기서 지게 되면 자유민주주의 통일은 끝이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전진확장억지에 기초한 한·미 동맹이 뒷받침해야 한다.

북한이 5월 14일 IRBM 발사를 필두로 한 달 동안 일주일 단위로 미사일을 쏘아대고, 이후 ICBM급, IRBM,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몰아치기 식 도발에 나선 것은 대북 제재의 허술한 구멍들이 메워지기 전에 핵 능력을 고도화한 후 유리한 고지에서 미국과 담판하기 위해서다. 우리 정부 는 한·미·일 공조체제를 철저히 하고, '북한 대(對) 국제사회' 구도를 형성하는 총력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여당 일각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보수의 부활'로 간주하거나, 한·미·일 공조 확대를 '과거를 망각한 한·일 관계 복원'으로 매도하지 않도록 문재인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준다면 역사의 바른 편에서 우리 모두 거대한 도전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6/20170906035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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