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소속 KBS 조합원 1800여 명이 적폐 청산 및 경영진 퇴진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 KBS 또 다른 노조도 7일부터 파업한다. 이들의 파업이 놀라운 것은 KBS가 국가기간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대형 재난이나 국가 비상 상황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진 이들이 북핵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 지난 3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미국 CNN, 일본 NHK,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방송사들은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KBS는 그 시각 방송 중이던 '전국노래자랑'을 끝까지 방영하면서 자막 뉴스를 내보냈을 뿐이다. 국민이 왜 세금과도 같은 시청료를 내 이런 사람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지난달 29일 새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일본에는 불과 5분 뒤 일본 홋카이도와 동북 지역 12현(縣) 전역에 긴급 대피 경보가 발령됐다. 이와 동시에 일본의 재난 주관 방송사인 NHK가 전국에 이 소식을 즉각 알리기 시작했다. NHK는 공영 방송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의 하나로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킨다'는 것을 꼽고 있다. 재해나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일본 국민은 제일 먼저 NHK로 채널을 돌린다.

이번 파업에 대해 KBS 노조는 "언론 적폐를 청산하고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는 싸움"이라고 한다. 국민이 위임한 국가기간방송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 이상의 언론 적폐가 있나. 국가적 위기 상황의 내용을 정확히 알리는 것 이상의 '국민의 방송'이 있나. 우리 사회에 잘못된 일이 많지만 이럴 수도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4/20170904027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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