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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로] '나라 살림 구조조정'의 최종책임자는 국회다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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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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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예산, 북핵 위험 대비 등 예산 쓸 곳 크게 늘어나는데 저성장으로 세수는 크게 안 늘듯
국회 심사 때 꼼꼼한 구조조정을
 

윤용로 前 외환은행장
윤용로 前 외환은행장
'인생은 한 번뿐,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살자'는 이른바 욜로(YOLO)족이 유행하더니 이에 맞선 골로족도 등장했다. '욜로 스타일로 살다가는 골로 갈 수 있으니 진짜 해야 할 것을 위해 당장의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자'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돈은 어떻게 쓰느냐가 버는 것만큼 중요하다. 나라 살림에 이르면 이 문제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워낙 정부 살림은 규모가 크다 보니 이것쯤이야 하면서 '나랏돈은 눈먼 돈'으로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최근 서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의 주차장에서 고가(高價)의 외제차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향후 복지예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텐데 전달체계가 너무 허술한 것 같아 걱정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4.23%(2015년 기준)로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그 돈이 정말로 필요한 곳에 지원되는지도 궁금하다. 더구나 북한의 핵 위협 등 안보 현실은 엄중한데도 방위 예산이 허술하게 관리돼 신무기 개발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소식에는 허탈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국민이 많다.

우리나라는 향후 급격한 고령화로 복지 재원 등 세출 소요는 크게 늘지만 저성장 기조로 세수 증가는 완만해질 게 분명하다. 이미 높아진 조세 부담률과 조세 저항 등으로 증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이 이 시점에서 시급한 과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8월2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018년 예산안 및 국가재정운용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도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내년도 예산안의 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7.1% 늘어난 총 429조원으로 '수퍼 예산'으로 불린다. 새 정부가 약속했던 복지와 일자리 예산은 크게 늘어난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은 급감해서 성장 잠재력 훼손 가능성 등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가 이번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그간 성과가 미흡했던 사업 등을 가려내 약 11조5000억원의 지출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전체 예산 규모에서 2.7% 수준에 불과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세율 인상 등으로 기대하는 세수 증대 효과가 연간 약 6조3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다만 이번의 세출 예산 축소는 정부도 인정했듯 양적 구조조정 수준에 머문 것 같다. 예산안 작성 시점과 겹친 올해의 특수한 정치 일정 등으로 담당자들이 차분하게 분석할 여유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니 기존 예산 중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사업 중심으로 줄인 느낌을 받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향후 정부는 예산 편성에서 항목 하나하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실질적인 '제로베이스 예산'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도 약속한 예산의 진정한 질적 구조조정이다.

우리는 20년 전 기업 부문의 과잉 부채와 금융회사들의 부실화로 초래된 외환위기 때문에 온 국민이 큰 고통을 겪었다. 공적자금의 막대한 투입과 함께 과감한 기업·금융 부문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건전한 나라 살림, 즉 재정 때문이었다. 이제 본격 추진하는 재정의 구조조정은 기업과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에 이은 정부 부문의 구조조정이다. 이를 통해 재정이 튼튼해져야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나라 살림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기국회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 국민은 불안하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또다시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회는 위기에는 합심해 대처해야 하고 본래의 임무는 평소대로 차분하게 수행해야 한다. 예년처럼 공전을 거듭하다가 막판에 대충 타협하거나 선심성 예산을 서로 교환하는 일은 이번엔 정말 없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4/20170904028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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