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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한반도 결단의 순간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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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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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수소탄·ICBM 성공" 발표, 核으로 '南 해방' 하겠다는 것
南 진보 정부에도 욕설 퍼부어… 무조건 투항하라는 통첩인 셈
이 마당에도 대화 운전석 운운? '동맹의 힘'으로 평화 추구해야
 

류근일 언론인
류근일 언론인

북한 조선중앙 TV는 수소폭탄·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전 세계에 자기들의 궁극적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은 오직 자기들 시간표대로 질주할 뿐, 한국·미국·중국의 시간표엔 전혀 관심 없다는 게 그것이다. 자기들 뜻대로 핵전력에 기초한 전(全) 한반도의 반미(反美) 민족 해방 혁명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그 혁명을 미국으로부터 '평화적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건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친 북한의 존재 이유이자, 생존 법칙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안의 보수·진보는 이 자명한 사실을 무(無)개념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흘려보냈다. 진보 정부 역시 북한이 자기들에 대해서는 보수 정부에 했던 것과는 달리 한결 호의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 진보 정부에 경고라도 하듯, 지난 8월 27일 혹독한 욕설을 퍼부어댔다.

북한 노동신문 논평은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의를 이렇게 짓이겼다. "제 푼수도 모르는 '대화의 조건' 타령…, 그 무슨 운전석 운운하며 처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헛소릴 하고…. 남조선은 대화 자격 없어. … 괴뢰들과 핵 문제 논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 핵은 우리와 미국 사이의 문제…. 남조선의 근본 입장이 바로 서지 않는 한 대화는 하나마나…."

북한이 남한 진보 정부에 퍼부은 이 극한적 매도는 무얼 말하는가? 핵탄두·ICBM을 갖기 전 김정일 북한과, 그것을 가진 후의 김정은 북한은 사뭇 다른 북한이란 뜻이다. 핵탄두·ICBM을 갖기 전 북한은 그걸 몰래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겉으론 대화 쇼를 벌였다. 그러나 그걸 거머쥐고 나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 듯하다. 이제는 그런 이중 플레이 말고, 핵·ICBM 보유국으로서 "내 말대로 할래, 전쟁할래?" 하며 그들의 최고 강령을 당당하게 치고 나설 때가 됐다고 밝힌 것이다.
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핵탄두 모형을 관찰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 뒤에 있는 안내판에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고 적혀 있다. /조선중앙통신

그러나 설령 그렇더라도 남한에 진보 정부가 들어섰으면 그 입지를 높여주기 위해서라도 전보다는 훨씬 구순하게 나왔을 법도 한데 왜 굳이 저렇게 모진 멸시와 모욕으로 나왔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문재인 정부와 운동권도 "우린 진보인데 북이 왜 저러지?" 하고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북의 동향은 그들의 이념에 비추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의 입장에선 "①남조선 진보는 보수보다야 낫지만, 조선반도 혁명의 최고 사령부인 조선노동당으로선 그들을 대등한 독립변수로 봐 줄 수 없다. ②남조선 보수가 궤멸한 이제부턴 진보 정부가 우리 방향으로 오게끔 되우 쳐야 할 단계다. ③북·남 관계는 '독립국 조선'과 '식민지 남조선(진보 포함)'의 수직 관계이기에, 전자(前者)가 후자(後者)를 해체한 후엔 전 한반도에 조선노동당 유일 지도 체계만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신문 논평의 이런 혁명적 함축을 단순한 수사학적 표현으로만 넘겨선 안 된다. 이것은 그들의 이념적 원칙과 목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남조선의 근본 입장이 바로 서지 않는 한"이라고 한 대목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이건 남한의 진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자기들의 '평화안(案)'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겁박이다.

'북한의 평화안'이란 무엇인가? 우리와 미국에 일방적으로 투항하라는 통첩이나 다름없는 소리다. 미국엔 미·북 직접 협상, 미·북 평화협정 체결, 한·미 동맹 폐기, 주한 미군 철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철거, 북한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에겐 6·15 선언 이행, 5·24 조치 해제, 국가보안법 철폐, 보수 패당 숙청, 연방제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내부의 일부도 미국 대사관 앞에 가 한반도 긴장 고조시키는 미국×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이런 안팎 도전에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려 하는가?

"모든 선택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경고에도 수소폭탄 미사일 실험으로 반응한 북한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시종여일 '남·북 대화'다. 대화 국면이 다시 올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국면이다. 이 와중에 남·북 대화가 따로 설 수 있겠는가?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북한 레짐 체인지를 위한 진정한 압박을 주문했다. 청와대도 '완전, 검증 가능, 비가역적 대책'을 다짐했다. 이 결론에 이르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단 말인가? 불가사의하다. 문재인 정부는 택해야 한다. 이 마당에서도 '대화 운전석' 운운에 연연할 것인지, 아니면 '힘이 만드는 평화'로 동맹국과 화끈하게 갈 것인지 정해야 한다. 결단의 순간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3/20170903017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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