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북핵 위기라는 것은 정부 출범 전부터 예견된 일이다. 그런데 4개월이 돼 가는 지금 외교·안보는 새 정부의 가장 큰 취약점이란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지난달까지 북한이 9차례 미사일 도발하는 동안 외교·안보 담당자들이 보여준 대응은 미덥지 못한 것을 넘어 정말 비상사태가 닥칠 때 이들이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까지 일게 했다.

미국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도 그렇다. 방미 중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8월 30일 미국 측에 전술핵 문제를 거론했다고 한다. 송 장관은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우리 야당이나 언론에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라는 요구가 있다"며 관련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상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자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나서서 이를 부인했다. 서주석 국방 차관은 국회에서 "(한·미 간에 전술핵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양측에서) 서로 언급한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한마디로 송 장관의 언급이 별 의미 없다는 뜻이었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남한을 겨냥한 단거리 핵·미사일은 완성됐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난폭 무도한 적(敵)이 핵을 가졌는데 우리는 대응책이 없는 이 비상한 처지에서 군(軍)의 총책임자와 백악관 안보 책임자가 미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대화 소재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해프닝'이라고 한다. 지금 이 상황과 이 문제가 이렇게 다뤄져도 되는 것인가. 현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 모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문제가 북핵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북은 5차 핵실험까지 마치고 핵탄두 소형화 성공까지 공언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서방 전문가들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의 풍계리 2·3번 갱도에서 6차 핵실험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른 핵 국가들의 사례처럼 6차 핵실험은 최종 실험이 될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정권 수립일(9월 9일)을 계기로 5차 핵실험을 했다. 올해도 9일 즈음에 6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지척의 북핵이 일으키는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핵우산 보장 문서로 이 소용돌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논의와 연구 끝에 우리가 핵무장 하지 않는 이상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한국 대통령도 일정 부분 그 운용에 관여하는 방안이 그나마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북핵·미사일 완성이 명백해질 때 이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시기도 머지않았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다루는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그런 엄중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가볍게 발설하는 장관이나, 장관의 공개 언급을 의미 없다고 뭉개버리는 차관 모두 마찬가지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31/20170831034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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