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가 모든 상황 바꿔… 美, 동맹 위해 본토 피격 무릅쓸까
북은 인민 고통 무시하고 핵개발, 한국민과 정부 그럴 의지 없을 것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북한학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북한학

7월 4일에 대한민국을 둘러싼 세계는 바뀌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함으로써 미 대륙을 공격할 능력을 보여준 것은 동아시아의 전략적인 수식(數式)을 불가역적으로 변화시키고, 우리가 익숙해져야 할 새로운 국제 환경을 만들었다.

북한의 ICBM 발사에 따른 여파 중 하나는, 한국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극소수 정치인과 전문가들만이 토의해온 의제였던 '남핵무장론(南核武裝論)'은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순수한 군사적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국내외 상황으로 보면 남한은 핵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없다.

핵무장론자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새로운 상황에서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안보의 절대적인 기반이자 핵심이었던 한·미 동맹을 어느 정도나 믿을 수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 병사 수만 명의 생명을 희생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자국 시민 수백만 명을 희생해야 할지도 모르는 무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미국이 이런 막대한 위협을 감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반면,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북한을 억제할 능력을 충분히 갖게 된다. 게다가 한국의 경제와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핵무기 개발을 이른 시일 안에 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남핵무장론'은 환상에 가깝다. 한국의 핵 개발은 군사적 입장에서 합리적이지만, 너무도 심각하고 다대한 사회·경제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 개발을 막는 요소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너무 큰 무역의존도, 그리고 민주정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핵 개발을 시작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한국은 즉시 국제 제재 대상이 될 것이다. 한국의 전략적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면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것은 환상일 뿐이다. 핵 확산을 자신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밖에 없는 강대국들은 한국의 논리를 이해한다고 해도 한국의 안전과 이익보다 자국의 안전과 이익을 우선시할 것이 명백하다. 한국이 직면할 국제 제재가 대북 제재만큼 심각하지 않을 경우에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매우 많이 가하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DB
중국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자국의 이익만을 중시하고,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무시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에서 핵 확산을 유발할 개연성이 큰 남핵을 북핵보다 더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초강경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다. 사실상 대한(對韓) 무역 보이콧의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한국 경제에 1997~98년의 'IMF 위기'보다 훨씬 더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한국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마이너스 성장 때문에 생활수준이 하락할 게 분명하다.

마이너스 성장과 심각한 불황에 빠진 국민이 어떻게 반응할지 알기는 어렵지 않다. 핵 개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위기를 야기한 행정부는 차기 선거에서 패배하고, 새로 등장할 행정부가 국제사회와 중국의 압박에 굴복해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성공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무역의존도가 낮은 자급자족 경제와 인민의 고생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절대 독재정치 덕분이다. 물론 핵 개발에 성공한 민주국가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한국과 달리 중국의 보복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었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핵 개발 을 가로막기 위해 무역 보이콧으로 경제를 파괴할 수 있는 강대국 무역 파트너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국의 핵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북핵을 최대한 억제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9/20170829031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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