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6일 새벽에 쏜 발사체 3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국방부가 어제 밝혔다. 이는 청와대가 "북한의 발사체는 개량된 300㎜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한 것이 잘못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 발사체에 대한 청와대 발표가 이틀 만에 틀리게 돼 신뢰도가 크게 손상됐다. 이 문제는 이래도 되는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26일 도발 직후, 미국과 일본은 물론 러시아까지도 유엔의 규제를 받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했다. 하지만 유독 청와대만 이를 방사포라고 공개 추정하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고 했다. '전략적 도발'이 아니라는 이유로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는 성명도 내지 않았다. 심지어 '원래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 필요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까지 했다.

최대 안보 문제를 두고 군 통수권자를 보좌하는 조직이 기본적 정보를 다루는 인식과 태도 자체가 서툴다는 차원을 떠나서 너무나 안이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 문제에서 자신들의 의도와 희망 사항이라는 렌즈로 사실과 정보를 보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청와대가 왜 성급하게 틀린 추정을 발표했는지 경위 규명이 필요하다. '26일 북 발사체에 대한 국방부의 최초 판단은 무엇이었나' '이에 대해 미국과 어떤 정보 교환이 있었나' '국방부는 청와대에는 어떻게 보고했나' '방사포로 추정했다면 왜 관례대로 국방부가 발표하지 않고 청와대가 했나' 등의 의문에 대해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만약 청와대가 남북 대화를 해보고자 북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목적을 갖고 국방부 실무진의 판단과 달리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방사포로 추정하고 발표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북은 우리를 공격할 핵미사일을 사실상 완성했는데 아직도 청와대가 전략적 계산이 아니라 햇볕정책류의 환상으로 이 사태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기류는 앞으로 진급에 목을 맨 군인들 머리에도 스며들 것이다.

북 발사체에 대해 우리와 미국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이럴 때 미국과 긴밀한 정보 교환 및 협의를 통해서 도발의 내용과 의도를 밝혀왔다. 그런데 현 정부 출범 후 일각에선 북의 위협을 낮춰 보려는 우리 정부와 미국 간의 정보 공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게 만약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면 우려해야 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방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강한 군대가 평화를 부른다는 의제를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사시엔 "즉각 공세적 작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현대전에 맞는 군 구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달라"고도 했다. 강한 군대와 군 구조 개혁은 적(敵)의 생각과 동태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북이 우리 군과 미 해상 전력을 겨냥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실험했는데 청와대가 그걸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축소하려는데 어떻게 강군이 만들어질 수 있나.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 경위를 파악하고 문책하지 않는다면 '강군' 육성은 공허한 얘기로 끝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8/2017082803212.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