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3일 한 강연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개발하고 완성 단계로 머지않아 가게 된다면 '게임 체인저'나 '코리아 패싱(한국 배제)'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이 판을 완전히 뒤집어 놓음으로써 미국과 북한이 직거래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나 미 일각에서 오가던 얘기가 이제 우리 장관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현실도 조 장관이 말한 그대로 가고 있다. 북한은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한 데 이어 미 본토 타격도 가능한 ICBM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목표에서 한 번도 이탈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국 정부 반대로 군사 조치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짐으로써 김정은 입장에선 장애물 자체가 없어졌다. 내놓을 때마다 '역대 최고 수준'이라던 대북 제재도 단기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북·러 교역 규모가 작년 대비 72% 늘어났다. 이 구멍을 막으면 저 구멍이 뚫린다.

조 장관은 '가능한 평화적 수단을 동원해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게 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가능하리라고는 조 장관 스스로도 믿지 않을 것이다. 결국 20년 넘게 끌어온 북핵 문제는 북의 성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 단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예상할 수 있다. 북은 한 번도 남한을 정치·군사 문제의 협상 대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곧 미국은 사실상 북핵 폐기는 포기하고 ICBM이라도 막자고 나올 것이고 이에 북은 막대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그 대가가 무엇이 됐든 대한민국 국민이 더 안전해지는 방향일 리 없다. 최선의 시나리오라도 우리는 김정은의 핵 인질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미·북 간의 이런 논의에 한국이 실질적으로 끼어들 여지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지만 봄은 반드시 온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봄'이 '북핵 동결과 무의미한 추가 협상, 사실상의 북핵 공인'이라면 그런 봄은 올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치러야 하는 심각한 안보 대가도 '평화'나 '남북대화' '화해' 로 포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잠시 현실을 회피할 수는 있겠지만 곧 '핵 인질'이라는 본질은 고개를 들고 우리 앞에 설 것이다. 이 일들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5년 이내에 다 벌어질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4/20170824030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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