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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석] 요즘 공기업 사장들, 기침도 크게 안 한다는데…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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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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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정권서 임명한 기관장들, '새 정권서 내침' 반복되며 '근무 기강 해이'도 되풀이
정부, 일손 잡히게 조치해야
 

이진석 경제부 차장
이진석 경제부 차장

얼마 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묘한 소문이 돌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돼 중도 사퇴가 기정사실이라고 했던 정찬우 이사장이 임기를 채울 것이라는 얘기가 퍼졌다. 월요 간부 회의에서 군기를 세게 잡은 뒤의 일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임원들이 "정 이사장한테 엄청 깨졌다. 임기 초반처럼 이것저것 지시하더라"고 하면서 소문이 시작됐다.

그 며칠 뒤에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른 국정 과제와 관련해 코스닥시장본부 임원 2명이 이사장실로 불려가 추진 방안 등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소문은 한술 더 떴다. "국정 과제까지 챙기는 걸 보니 뭔가 있다. 청와대에 선을 대 임기를 보장받았다더라. 떠날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라는 말이 돌았다.

당사자인 정 이사장도 이런 일들을 알고 있었다.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근무 기강이 해이해지는 게 눈에 보이더라. 떠날 사람이지만, 이렇게 경영 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했고,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은 드물다. 대부분의 공기업에서는 한국거래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물러나게 된다고 알려진 기관장들은 업무에서 손을 놓다시피 하는 모양이다. 공기업 관계자는 "떠나라는 건지, 남아서 열심히 일하라는 건지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으니 사장은 여기저기 귀동냥하느라고 바쁘다. 임원들은 그런 사장 눈치 살피느라고 바쁘다"고 했다.
/조선일보 DB

한 전직 공공기관장은 "정부가 바뀌면, 체질이 다른 사람들 얼굴 보기 싫고, 자리도 필요하니 지난 정부 사람들에게 비키라는 말을 하게 돼 있다"면서 "눈치가 보여서 정권 초기에는 공공기관장들이 기침도 크게 안 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몇 년 전 퇴직한 누구누구가 청와대에 줄을 대려고 열심히 뛴다더라" "지난 정부에서 찬밥 먹은 누가 유력하다더라"는 둥 갖가지 뜬소문이 고개를 들고, 발도 달리고, 날개도 달린다. 일하는 분위기는 오간 데 없어진다. 한 전직 관료는 "엉뚱한 데 눈이 팔려 아무도 쇠꼴을 베어오지 않으면 소가 야위게 된다. 일이라는 게 나중에 몰아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때그때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걱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다 보니 청와대와 정부 인사(人事)에 시간이 걸렸다. 앞선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몇몇 장관 후보가 낙마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아직도 중소벤처기업부는 장관을 정하지 못했다. 이렇게 늦어지다 보니 공공기관과 공기업 인사도 지연되고 있다. "9년 만에 청와대를 차지했으니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연기만 모락모락 올라온다.

공공기관과 공기업 수장(首長)들 문제는 북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뒷감당이 걱정스러운 탈(脫)원전, 공무원 증원, 건강보험 확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수능 절대평가 등에 비하면 한참 뒷줄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 공백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332개에 달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499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민간 기업보다 경영혁신이 더 절실하다. 일손이 잡히게 해줘야 한다. 다른 일이 바빠서 교통정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도 곤란하다. 대선 공신(功臣)들에게 한 자리씩 떼어주고 싶긴 한데 "과거 정부와 뭐가 다르냐"는 소리는 듣기 싫고, "이 판국에 제 식구 챙기기에 열 올리느냐"는 비판도 거슬려서 미루고 있다면 더 곤란하다.

행여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사장들은 열심히 일하면 된다.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으냐"라는 입에 발린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미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 한국도로공사 사장, 한국가스공사 사장,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EBS(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등이 사표를 냈다. 다들 임기가 남아 있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3/201708230363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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