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美의원들에 "개성공단 재개는 인도적… 대화 나서야"
靑은 "UFG 기간 北도발 없거나 수위 낮으면 대화 국면 올 것"
전문가들 "대화도 때를 봐야하는데… 잇단 공개 언급 부적절"
北 "방아쇠에 손가락 걸고 발사 대기상태" 위협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에드워드 마키 미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가 이끄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기간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으면 대화 국면이 재개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열흘간의 훈련 기간 동안 도발을 자제하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이는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핵동결을 내세웠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희망론과 달리 북한은 22일 UFG 훈련에 대해 "무자비한 보복과 징벌"을 거론했고, 미군 전략 무기가 배치된 괌을 포위 사격하는 선전 영상도 공개했다. 정치권에선 "비핵화와 북한 도발 중단이라는 목표는 뒤로하고 대화라는 '수단'만 강조하는 '대화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 참석했던 캐럴린 멀로니 민주당 하원 의원(뉴욕)은 22일 동료 의원과 함께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서처럼 일하고 급여를 받는 기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며 "그는 그것이 인도주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멀로니 의원은 "(방한 기간) 탈북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에서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수난을 봤다"며 "그들의 고통을 좀 덜어주기 위해 개성공단을 열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과 비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멀로니 의원은 "그(문 대통령)는 '대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고, 북한에서는 아직 반응이 없다고 했다"며 "그가 '미국과 동맹국들 또한 북한과의 채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 흥미로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미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지금은 쉽게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며 "적어도 북핵 폐기를 위한 진지한 국면에 들어설 때만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나 발사하고 괌에 대한 포위 사격까지 언급한 현재 상황은 '북핵 폐기를 위한 진지한 국면'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 의원들이 먼저 물어봐서 원론적 의견을 밝혔을 뿐"이라며 "개성공단 재개의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내에선 UFG 연습만 끝나면 '대화 국면'이 올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UFG만 (북한의 도발 없이) 넘어가면 9월부터는 대화 국면이 올 것이고 실제 북·미(北·美) 간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지난 21일 기자들을 만나 "UFG 기간 동안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거나 설사 도발한다고 하더라도 직전까지 했던 도발보다 수위를 증대시킨 것이 아니라면 상황은 그전보다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북·미가 '말 폭탄'을 주고받아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린 지난 10일에도 청와대는 "상황이 엄중해질수록 미국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었다.

청와대 분위기와 반대로 북한은 이날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제 호전광들이 현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라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을 걸어온 이상 무자비한 보복과 가차없는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또 "우리 혁명 무력이 임의의 시각에 징벌의 소나기를 퍼부을 수 있게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발사 대기 상태에서 놈들의 일거일동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파국적 후과에 대한 책임은 미국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공식 기구가 올해 UFG 연습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북한 대외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9일 유튜브 계정에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의 괌 포위 사격 발표 장면과 화성-12형 발사 장면, 괌 위성사진 등 괌 포위 사격을 묘사한 영상도 게재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단 한 발이라도 괌의 방공망을 뚫고 주변 영해에 떨어진다면 미국의 허상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화를 하더라도 때를 봐야 하는데 대화만 강조하면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진다"고 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핵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옵션들을 손에 쥐고 적에게 패를 보이지 않는 것이 기본인데, 외교 채널을 통해 조심스럽게 논의해야 할 사안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며 "북한이 두려움을 느끼고 협상장에 나올 가능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3/201708230027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