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핵심 수뇌부인 태평양사령관, 전략사령관, 미사일방어청장이 어제 오산 기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21일 시작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계기로 방한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북핵·미사일 사태의 엄중함을 보여준다.

미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거리 폭격기를 비롯한 전략 자산을 담당하는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북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미군 자산을 한반도에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의 기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 없도록 확장 억제로 모든 핵·비핵을 망라한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제 북은 스커드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해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얼마 안 있어 ICBM을 통해 태평양 너머의 미국 본토 타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기존 대응책을 답습할 단계가 지났다는 뜻이다.

미군도 북핵·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에 따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미국이 160㎞ 떨어진 북 미사일 발사대를 72초 만에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대포(HVP)를 조기에 실전 배치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대포는 1분당 20발 연속 발사가 가능해 북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전략폭격기, 전략핵잠수함, 항공모함 전단 등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도 대북 억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 북핵에 맞서는 억제력을 발휘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한국으로 전개되는 전략폭격기에 핵이 탑재돼 있지 않다는 것은 김정은도 잘 알고 있다. 결국 1991년 철수한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NATO 방식처럼 이의 운용을 한·미 공동으로 하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 한국 공군은 전술핵을 운용할 수 있는 전투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내년부터 F-35 스텔스기가 도입되면 그 능력은 배가될 것이다.

한국군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조치를 완전히 해제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수 없는 여건에서 핵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대량 응징 보복 능력을 갖추는 것은 김정은에게 커다란 심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핵 사태의 본질은 외교가 아니라 군사 문제다. 군사적 대비가 된 다음에 외교가 있다. 군사 대비가 없거나 포기한 상태의 외교는 굴종일 뿐이다. 지금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 이것이다. 한·미가 대북 군사 대비 태세에서 기존의 발상을 버리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2/20170822036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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