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본주의공화국' 펴낸 다니엘 튜더·제임스 피어슨]

1억 평양아파트·30달러 집광판 등 전·현직 英 기자의 北 일상 추적
"북 엘리트·자본가 계급 결탁"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한다. 북한 주민들도 결국은 '자본주의'로 해법을 찾고 있을까.

두 명의 영국 출신 전·현직 기자가 평범한 북한 주민의 생활을 추적한 책 '조선자본주의공화국'(비아북·전병근 옮김)이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을 지낸 다니엘 튜더(35)와 제임스 피어슨(29) 로이터통신 한국 특파원.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가장 비정상적인 국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 타입을 이들은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핵(北核), 벼랑 끝 전술, 김일성 일가에 세뇌된 주민들….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세계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 핵심에 밑바닥 북한 주민 사이에 자리 잡은 자본주의 경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을 쓴 제임스 피어슨(왼쪽) 로이터통신 기자와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 두 사람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회색빛 콘크리트를 보니 북한이 떠오른다”고 했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을 쓴 제임스 피어슨(왼쪽) 로이터통신 기자와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 두 사람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회색빛 콘크리트를 보니 북한이 떠오른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떠올리게 하는 북한식 숙박업 사례를 보자. 한국처럼 북한에서도 젊은 연인들이 사랑할 곳 없기는 마찬가지. 이럴 때 북한 커플은 가정집을 빌린다. "커플이 와서 문을 두드리고 약간의 돈을 건네면 집주인은 커플에게 집을 내주고 나옵니다. 집주인은 그 돈으로 근처 장마당에서 장을 보겠죠."(튜더) 부동산 시장도 살아있다. 평양 시내 인기 아파트는 10만달러(약 1억원)를 호가한다. 매매가 금지됐으니 공식적으로는 집과 집을 맞바꾸는 모양새지만 뒤로 돈이 오간다. 이런 모습을 두 저자는 책에 이렇게 썼다. "비공식적인 불법 행위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욕구에 부응한다. 100퍼센트 자본주의적이다."

대기근 이후 북한 주민이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이미지가 널리 퍼졌지만, 두 사람은 북한이 다시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피어슨은 북한의 '태양광 집광판'을 근거로 들었다. 만성적인 전기 부족으로 아파트 외부에 태양광 집광판을 설치한다. 태양광으로 밤에 LED 전구 빛을 밝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휴대기기를 충전한다. 피어슨이 2016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장마당에서 집광판을 30달러에 팔고 있었다고 한다.

통계도 없고 언로도 제한된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두 사람은 탈북자, 북한 고위층, 화교 사업가 등의 증언을 교차 검증하며 책을 썼다. 튜더는 1회, 피어슨은 4회 정도 북한 단기 취재 경험이 있다. 로이터통신에서 북한 무기 거래 관련 취재를 해왔던 피어슨의 인맥도 도움이 됐다.

자본주의 확산으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붕괴하지는 않을까.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지금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여전히 보위부를 위시한 북한 정권의 통제력은 강력하고, 북한 엘리트들이 신흥 자본가 계급과 결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독재정권과 비공식적 자본주의가 동거할 거라 전망했다.

한국인은 북한에 관심이 너무 없다고 두 영국인은 지적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북한 인구 2500만명 중 단 한 명 '김정은'에게 신경을 쓰죠. 한국인들은 그나마도 신경 쓰지 않아요."(피어슨) "한국 친구들과 '치맥'하면서 북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한국인 친구들은 곧 화제를 '내가 쿨한 새 술집을 찾았는데'로 바꾸고는 해요."(튜더)

피어슨은 올해 말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특파원 생활을 이어나간다. "30년 뒤 북한 모습이자 30년 전 한국 모습을 보여주는 나라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2/20170822001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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