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 방송에 잡힌 '남조선 괴뢰들은 우리의 주적'이라는 표어. /연합뉴스


북한이 우리나라를 ‘주적’(主敵)이라고 지칭한 표어를 내건 사실이 21일 확인됐다. 그간 북한은 관영매체들을 통해 자신들의 주적이 미국이라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를 주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0일 '자강 땅에 흐르는 피의 절규-자강도 계급교양관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2월 개건한 자강도 계급교양관을 소개했다.

이때 계급교양관 내에 '남조선 괴뢰들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적은 표어가 방송 화면에 잡혔다. 표어는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에 대한 극악무도한 도전', '변하지 않는 흡수통일 야망', '태양을 가려보려는 만고역적 행위'라는 문구도 함께 적었다.

방송 하루 전인 지난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은 민족의 주적을 똑바로 가려보고 침략적인 외세와 단호히 결별해야 하며, 우리 민족끼리의 입장에서 동족과 힘을 합쳐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나갈 용단을 내려야 한다”며 주적이 미국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앞서 우리나라가 국방백서 등을 통해 북한이 주적이라고 표현할 때도 "우리와 끝까지 힘으로 대결하려는 흉악한 기도"라고 하는 등 거친 언사로 비난해 왔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주적이라고 표현한 다른 게시물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어왔다. 주적 표현이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이다. 1994년 3월 제8차 남북 실무 접촉 당시 북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 위협'이란 표현을 썼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군 공식 문서에 주적이란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자 2001~2003년 국방백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부터 국방백서를 격년 주기로 재발간하면서 주적 표현을 삭제하고, ‘직접적 군사 위협'(2004년)이나 '현존 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2006년) 등의 표현으로 대체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을 넣지 않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주적' 표현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논란 끝에 절충된 표현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를 사용했다. 국방부는 2012·2014·2016년 국방백서에서도 이 표현을 유지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21/20170821015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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