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野·전문가들, 文대통령 레드라인 발언 비판
與 "북한 도발 억제를 염두에 둔 경고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의 17일 '북핵 레드라인(금지선)' 언급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야(野) 3당은 18일 문 대통령이 레드라인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 규정한 데 대해 "북한의 핵 위협 사정권에 들어간 우리의 레드라인으로는 맞지 않고 북한에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 비판했다. 반면 여당에선 "레드라인 발언은 북한의 도발 억제를 염두에 둔 경고"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레드라인을 넘었을 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나았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정경두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ICBM급 미사일을 완성하고 여기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건 김정은이 목표한 바인데 문 대통령은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냐"라고 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북이 핵무기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면 우리 입장에선 이미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도 "문 대통령 레드라인 얘기를 듣고 미국 대통령 발언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실전 배치된 상황에서 'ICBM에 핵탄두 탑재'를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건 우리 안보 상황과 안 맞는 얘기란 것이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레드라인 발언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란 점을 부각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정치·외교적 (대북) 경고의 의미로서 (레드라인) 발언은 좋았다"고 했다. 정 후보자도 청문회 답변에서 "대통령의 말씀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위기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자는 의미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은 북한에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와,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엄중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결기가 담긴 것"이라고 했다.

여야(與野) 지도부도 이날 문 대통령 레드라인 발언을 놓고 장외 공방을 벌였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 회의 등에서 "지금 북한이 갖고 있는 스커드·노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고 우리를 향했을 때는 (레드라인을 넘은 게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냐"며 "문 대통령 발언은 아주 큰일날 말씀"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문 대통령이 개념화한 레드라인은 한국 입장에선 레드라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 발언은 북한에 ICBM에 핵탄두를 결합하지 않은 시험은 용인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을 맡았던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그 얘기(레드라인 언급)를 안 하고 넘어갔다면 '특별한 메시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없는 레드라인 발언은 패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 문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북한이 넘어버리면 정부는 아마 그다음 수순으로 후퇴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북한에 '남한은 절대 전쟁을 못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단계는 레드라인이 아니라 모든 대책이 무용지물인 '블랙라인' 단계란 점에서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은 모순"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9/20170819001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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