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혁 정치부 차장
임민혁 정치부 차장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은 '북핵(北核) 해법'과 관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한다"고 못 박고 있다. 과거 '미 초강경 매파들의 슬로건'으로 인식되며 북한은 물론 노무현 정부도 질색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원칙에 문재인 대통령이 도장을 찍은 것이다.

한·미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정상끼리 합의한 첫 결과물이라면 당연히 양국이 모두 의지를 갖고 이행해야 한다. 성명대로라면 한·미 일각에서 나오는 '핵 동결을 목표로 협상' '기존 북핵은 용인하고 관리에 집중' 등의 주장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CVID에 담긴 의미를 뜯어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D'(dismantlement·폐기)는 말 그대로 없앤다는 의미다. 완전히 제거해야 하므로, 핵 능력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동결'은 목표가 될 수 없다. 'C'(complete·완전한)는 핵무기·물질이 얼마가 있든 모두 폐기 대상이라는 뜻이다. 플루토늄, 고농축우라늄, 이미 보유한 무기, 개발 중인 무기가 다 포함된다. 북한이 "핵을 전부 내놨다"고 해도 이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V'(verifiable·검증 가능한)가 필요하다. 핵 은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찰단이 현장을 조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I'(irreversible·불가역적인). 폐기 이후 다시 딴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CVID는 단순하게 표현하면 '핵 개발의 싹을 자르고 뿌리를 뽑아내겠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부시 행정부가 이 개념을 처음 들고나왔을 때 북한·중국과 국내의 대북 협상파들은 "평화적 목적의 핵 활동도 금지하는 것은 패전국에나 강요할 수 있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6자회담이 진행되면서 미국도 이 용어를 굳이 고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15년여가 지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북한은 그 사이 5차례 핵실험을 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했다. 유엔 안보리가 국제법에 준하는 대북 제재 결의를 8차례 채택했지만, 북한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이를 어겼다.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에는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핵 문제에 작은 여지도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중국도 지금은 CVID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북한이 스스로 CVID에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라고 했다.

물론 용어를 쓰는 것과 이를 달성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중간 지점에서 타협하자"는 주장에 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수단 측면에서 유연성을 가질 수는 있어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가 흔들리면 한국 안보의 미래가 위태로워진다. 혹시라도 한·미 정부 내에 최종 목표 지점을 헷갈리는 이가 있다면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꺼내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8/20170818031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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