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레드라인 정의내릴만큼 어리석은 韓美 아니다"
우상호, "선언적 라인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치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與圈)에서도 수차례 “레드라인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노무현 정부 때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과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외교통’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에게 “레드라인을 정부나 미국이 정의를 내린 적이 있나”라며 “레드라인을 정의내린 바가 없다. 그렇게 어리석은 미국이나 한국이 아니다”라고 했다.

‘레드라인’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걸 ‘어리석은 일’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당시 이 의원은 “당장 발생할 것을 갖다가 레드라인이라고 하면 정부 체면이 말이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레드라인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정의를 내린 바는 없었다”며 “어떻게 보면 그냥 언론의 표현이고 또 학자들의 표현일 뿐 실제 관리들은 레드라인을 정의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장관 역시 “제가 기억하는 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주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열린 지난달 31일 국방위 긴급현안보고에서도 나왔다.

당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레드라인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있나”라고 물었다. 송 장관은 “구체적 기준을 설정한 것은 아니고 외교적인 수사로서 미국 대통령이 얘기하는 레드라인을 넘었다, 안 넘었다 그런 용어로서 쓰고 있다”며 “지금 이번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쏜 것이 거리가 충분히 도달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국제사회에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우 의원은 “그게(레드라인이) 표현으로는 멋있고 화끈해 보이지만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군사적 옵션까지 검토하자’ 이런 의견이 또 나올 것 아닌가”라고 했다. 우 의원은 “너무 그렇게 선언적인 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효과적이지 않겠다는 생 각”이라고 했다.

한·미 간 ‘레드라인’이 정해진 게 없다는 보고도 있었다.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도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지난달 5일 열린 국방위 긴급현안보고에 참석해 “언론에서 ‘레드라인’을 말하지만,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나 구체적으로 ‘이것이 레드라인이다’라고 정하고 그에 따른 어떠한 지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8/20170818015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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