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의 핵과 미사일 '레드라인'(금지선)에 대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선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막아야 한다"며 "만약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더욱 강도 높은 제재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북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통상 '레드라인'이란 북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외교적 수단을 접고 비외교적 수단을 택하게 되는 전환점을 말한다. 미국 입장에서 레드라인은 문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까지 날아오는 미사일에 핵이 탑재되는 것은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이다. 현재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이 핵탄두 소형화에 이미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북이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우리에게로 날아올 북 미사일은 단거리용이어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그다지 필요 없다. 이미 노동과 무수단 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대한민국을 겨냥한 북핵 미사일은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 북은 우리 생명이 걸린 레드라인은 이미 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놔두고 미국 레드라인만 언급했다. 북이 미국 레드라인을 넘는 것도 우리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가 쳐놓은 레드라인을 이미 넘어와 있는데 문 대통령이 그런 북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하면 우리 안보는 어떻게 되나. 북한이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마음대로 넘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북이 점점 (ICBM) 레드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그렇게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대북 제재로 북이 못 견디고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했다. 대북 제재는 인내를 갖고 계속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리는 없다. 이제는 북핵 폐기 노력이 실패했을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현실 회피다. 북이 대한민국 레드라인은 넘고 미국 레드라인은 넘지 않는 선에서 문제가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형태로든 북핵이 인정되고 기정사실화되는 사태다. 그 최대 피해자는 우리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7/20170817032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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