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00일 회견] 외교·안보

"군사행동만큼은 한국이 결정… 트럼프도 사전협의·동의 약속
北이 도발 멈춰야만 대화 가능… 여건 되면 특사 보낼 수 있지만 우리가 조급할 필요는 없다"

- 전문가들 "美가 오해할 수도"
"미국이 군사옵션 언급하는 건 센 카드 통해 협상력 쥐려는 것…
우리가 먼저 그 카드 배제시키면 北이 협상장 나올 이유 사라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을 드린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어떤 대북 옵션을 사용하든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어떤 한·미 공조를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에서 온 국민이 합심해 이만큼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는데 두 번 다시 전쟁으로 그 모든 것을 다시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군사 옵션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협상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자칫 대남 공격용 핵무기 보유는 기정사실화해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에 줄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 군사행동은 한국이 결정"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북한 도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가하더라도 결국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합의"라며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CNN방송 서울지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옵션도 언급을 했다"며 한·미 간의 이견을 지적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멈추게 하고, 북한을 핵 포기를 위한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미의 입장이 같다"고 말했다. 또 "그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한 결의를 보임으로써 북한을 압박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군사적인 행동을 실행할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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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실 분" "저요, 저요"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드는 기자들을 보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공격적 행위를 할 경우 그에 대해 미국이 적절한 조치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만큼은 우리 한국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북 특사를 보낼 것인가'란 이어진 질문에 문 대통령은 "남북 간에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조급할 필요는 없다"며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의 여건이 갖춰진다면, 남북 관계 개선 또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그때는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회담으로 다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강제 징용자의 문제도 양국 간의 합의(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가 개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강제 징용자 개인이 미쓰비시 등 회사를 상대로 가지는 민사적 권리들은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 헌법재판소·대법원의 판례"라며 "정부는 그런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북핵 위협 인식 달라

문 대통령의 이날 회견 내용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평화를 강조한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그 부분만 부각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이 군사 옵션을 테이블 위에 항상 올려두고 있는 것은 가장 센 카드를 쥐고 있어야 협상력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먼저 그 카드를 배제시켜 버리면 북한이 두려움을 느끼고 협상장에 나올 이유가 사라질뿐더러 대미 협상에서 우리를 인질로 잡고 활용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금 북한의 위협 상황이 굉장히 엄중하고 신중하게 관리를 해나가야 하는 시점인데 그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고 어서 상황을 해소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향후 이 부분이 한·미 관계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군사 옵션 검토 중 후자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동맹의 기본은 '위협 인식의 공유'인데 미국이 보기에 '한국은 우리만큼 북핵·미사일 위 협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법부의 '개인 청구권' 관련 판결을 직접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윤 원장은 "어떤 대통령도 이런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며 "개인 청구권 인정은 국제법 학계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고 여전히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8/20170818001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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