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대북 대화 조급해하지 않아… 北 도발 멈추면 대북 특사도 고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잇딴 도발 위협에 있어 '레드라인(red line·안보 전략을 바꾸게 하는 임계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레드라인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는데, 지금 이 단계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더욱 강도높은 (국제)제재 조치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한은 결국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위험한 도박을 하지 말도록 경고하고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자신이 '베를린 구상' 등을 통해 거듭 제안한 대북 대화 제의를 북한이 모두 거부하는 데 대해선 "대화는 필요하지만, 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조급해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하기 위해선 여건이 갖춰져야 하고, 대화가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는 담보가 있어야 한다"며 "적어도 북한이 추가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북 특사 파견 등 상황 타개책을 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대화의 여건이 갖춰지고,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그때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현재로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했던 '대북 특사' 파견 같은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대북 대화를 시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답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초래된 한반도상 안보 위기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군사 행동은 우리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이 점에 대해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그 모든 옵션에 대해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면서, "6·25 이후 폐허에서 이만큼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는데, 그 모든 것을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국민을 불안케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고,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고도 했다.

또 최근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통과에 대해 "제재는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