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美·中 무역전쟁]
트럼프 "무역·군사가 초점"… 對中적자·북핵 풀기 양면포석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 "연간 최대 6000억달러 도용당해"
로스 장관 "美천재들 공격당해… 중국, 전기차·로봇·AI 분야서 시장진출 미끼로 기술이전 강요"
美, 중국의 대북 압박 봐가며 무역 제재 강도 조절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각)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정해진 원고만 쭉 읽어나갔다. 카메라 앞에서 돌출 발언을 하는 평소와는 달랐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위터에 "오전에 워싱턴으로 간다. 할 일이 많다. 무역과 군사가 초점"이라고 썼다. 그가 '무역과 군사'를 언급한 것은 중국의 무역 문제를 통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큰 거래를 하자"며 "북한 문제를 풀면 대중 무역 적자를 용인할 것"이라고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 마감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며 "조사가 1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를 보아가며 무역 압박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2000년 이후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그래프

지난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는 3470억달러(약 396조원)에 달한다. 지난 2000년 적자 규모가 903억달러(약 103조원)인 데 비해 4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USA투데이 기고문에서 "한 해 최대 6000억달러(약 685조원)의 미국 지식재산권이 도둑맞고 있다"며 "중국의 전략적 (지식재산권 도용) 행위에 미국이 행동으로 대응할 때가 됐다"고 했다.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는 연구 기관에 따라 연간 2250억~6000억달러(약 257조~685조원)에 이른다. 미국 지식재산침해위원회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전체 지식재산권 도용 중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전체의 87%를 차지한다"고 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조사에서도 지식재산권 문제가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원전 건설과 인공위성 개발과 관련한 고급 기술도 중국은 미국의 허가 없이 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후 뉴스는 "리바이스 같은 청바지 브랜드부터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까지 중국의 지식재산 침해가 일어나지 않는 분야가 드물다"고 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중국의 미래 성장 산업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미국의 천재들이 공격당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을 빼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도 아래 제조업 강국 실현을 위해 내건 '중국 제조 2025'를 직접 겨냥했다. 이 계획은 2025년까지 전기차, 로봇, 반도체, 인공지능 등 10대 첨단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스 장관은 "중국은 자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미국 기업에 대해 현지 기업과 합작을 강요하고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자유 시장을 건설하지는 않고, 중국 시장 진출을 미끼로 독점 기술과 지식재산을 넘겨받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번 지식재산권 조사를 위해 통상법 301조를 꺼내 들었다. 통상법 301조는 불공정무역 관행을 행사하는 나라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과세를 비롯한 각종 무역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WTO 규정에 따라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로 하면서 통상법 301조를 거의 적용하지 않았다.

이번 행정각서에서는 미국 정부가 불공정무역 여부의 조사 개시를 할 수 있는 통상법 302조만 언급돼 있지만, 이는 301조 적용을 위한 사전 포석이다.

이 밖에도 미국은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조사도 별도로 진행 중이어서 상황에 따라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중국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개시가 강경파가 요구하는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에는 못 미치지만, 북한 압박에서 중국의 협조가 부족하다고 느낄 경우 새로운 곤봉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제대로 먹힐지는 미지수다. 각종 정치적 압박에도 중국의 지난 6월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9.8% 늘어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6/20170816002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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