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군사령부 괌 사격계획 보고받고 "망동 계속 땐 중대결단"
말폭탄 주고받으며 고조되던 위기 상황, 다소 진정 분위기
軍안팎 "北, 다음주 을지훈련 앞두고 도발 명분 쌓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북한의 미사일 부대들을 지휘·통제하는 전략군사령부를 찾아 '괌 포위 사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그러면서도 "(미국이)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 발사 태세를 갖추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미·북 충돌 위기가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과 "북한이 도발의 명분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는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다음 주 시작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현 한반도 위기 상황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의 숨 고르기?

북한은 지난 9일 전략군 대변인 성명을 통해 '괌 포위 사격' 계획을 밝힌 이후 위협 수준을 계속 끌어올려 왔다. 10일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괌 포위 사격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공개하며 '8월 중순까지 최종 방안을 김정은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했고, 14일 김정은이 실제로 사령부를 찾아 보고를 받았다. 괌 포위 사격 계획이 최초 협박(9일)→최종 보고 예고(10일)→최종 보고(14일)의 순서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날 "더 지켜보겠다"고 한 것과 관련, "자칫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대치 국면에서 한 발 빼며 공을 미국에 넘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미묘하게 변화한 미국의 태도를 의식해 북한이 일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긴장을 끌어올리며 주도권을 잡았으니 이제는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접 '화염과 분노' '군사 옵션 장전 완료' 등의 말폭탄을 던지다 지난 11일 미·중 정상 전화 통화를 계기로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미 국무·국방장관은 13일 '전쟁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동 기고문을 발표했고, 13~14일 방한한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대북 외교·경제 압박이 우선"이라고 했다.

잠시 유예된 위기… 을지훈련이 고비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시 유예됐을 뿐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은 "김정은의 전략군사령부 시찰 자체가 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정은은 "미국에 한마디 충고하건대 우리를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며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괌 포위 사격 준비 상태를 검열한 뒤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 태세를 갖추라"는 명령도 내렸다.

'위험천만한 망동'이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UFG 때 항모, 핵잠수함, B-1B 폭격기 편대 등 미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면 북한이 이를 빌미로 괌 포위 사격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의 '지켜보겠다'는 언급은 사실상 도발을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고 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김정은은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며 "도발에 한 발씩 다가서며 압박과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는 그러나 UFG 계획에 변동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던퍼드 의장은 14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 군의) 작전 능력과 대비 태세를 발전시키는 연합 훈련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도 "해마다 실시해온 한·미 연합 훈련은 한참 전에 계획됐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6/20170816002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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