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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文 대통령 임기 중 안보 사변 일어날 것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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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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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금지선 넘은 北… 그냥 있을 수 없는 美
파국이든 타협이든 文 임기 중 결말 날 것
각오하고 준비했나 감당할 수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보기관은 김정은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한다. 레드 라인을 넘었고 물이 목 위까지 차올랐다. 이제 미·북은 지난 20여년간처럼 어정쩡하게 더는 갈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결말이 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일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이란 이름은 역사에 남는다. 어떻게 남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사태의 결말은 파국 또는 김정은 체제의 붕괴, 아니면 그 중간 어디일 것이다. 그 와중에 문 대통령은 서울에 포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전군(全軍)에 전투를 명령해야 하는 순간을 맞을 수도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 북핵에 압도당하며 살아가게 만든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주한 미군 철수를 지켜봐야 하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얼마 안 있어 김정은은 최종적인 대규모 핵실험과 미사일 탄두 대기권 재진입 실험을 할 것이다. '진실의 순간'이 문 밖에 와서 노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불과 몇 달 전 "대통령이 되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고 최대한 압박할 때"라고 한다. 몇 달 전에는 사드를 '위험 물질' 취급했는데 지금은 임시 배치라도 한다고 한다. 같은 사람이 맞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몇 달 만에 180도 바뀐 것은 문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생각, 환상을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꿈을 깨 눈을 떠보니 발 앞에 낭떠러지가 있더라는 식이다. 아무래도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이런 상황이 도래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했다면 군사 전략 전문가 단 한 명 없는 청와대 안보실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예상하고 각오한 일이 아니면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나 북의 '괌 주변 사격'은 극단적 언사들이지만 합리적인 사고(思考) 범위 내에서는 현실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예방 타격은 (그럴 리 없지만) 설사 문 대통령이 동의한다 해도 힘들다. 지금 이 시각 김정은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북한 핵 시설의 위치와 전모를 모른다. 공격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한·미 전군(全軍)의 사전 대비를 중국·러시아·북한 모르게 진행할 수도 없다. 하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발적 사태다. 예기치 못한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진다면 그 보고를 받을 대통령은 '문재인'이다.

그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무역 압박을 가해 대북 원유 공급을 막아보려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 이미 손익 계산이 끝났다. 미국의 무역 전쟁에도 대비가 돼 있을 것이다. 북은 러시아에서 원유를 들여올 수도 있다. 미국의 대북 해상 봉쇄 역시 중국 쪽을 막을 수 없다. 결국 벼랑 끝에서 미·북이 협상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김정은은 핵 포기 대가로 제재 해제는 물론 한·미 동맹을 끝내고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라고 할 것이다.(실제 주한 미군이 철수해도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미국이 한·미 동맹의 종료만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다면 길은 두 갈래다. 북은 핵·ICBM 보유국이 되고 미국은 이를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는 상태로 갈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대북 제재는 희미해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이 더 이상 핵탄두를 늘리지 않고 ICBM 발사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모든 대북 제재가 해제되는 타협이다. 북은 미국이 인정하는 핵보유국으로 등장하게 된다. 어느 경우든 한국은 지척의 북핵과 저 뒤 먼 곳의 미국 핵 사이에서 살아가야 한다. 6·25 이후 대한민국의 생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안보 사변(事變)이다.

1991년까지는 북한에 핵이 없고 한국에 핵이 있었는데 26년 만에 이 상황이 역전돼 북한에 핵이 있고 한국에 핵이 없게 됐다. 세계 역사에 이런 경우는 없다. 지하의 김일성과 김정일이 만세를 부를 일이다. 범죄 집단인 북한은 더 안전해지고, 자유민주 한국은 더 불안해진 이 사극(史劇)은 제목을 뭐라고 붙여야 하나.

미·북 간 이런 협상이 진행될 때 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모르겠다. 몇 달 전 '개성공단 재개' '사드 배치 연기'를 말하던 문 대통령이라면 미·북 협상을 환영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할 것 같다. 정부의 노력으로 핵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됐다고 공치사를 할 것 같기도 하다. 북한에 철저히 속으면서도 '나라가 더 안전해졌다'고 했던 햇볕론자들처럼 강변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남북 대화할 때 아니다' '대북 군사력 강화'를 말하는 지금의 문 대통령이라면 북의 핵보유 공인을 안보 위기로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 같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어느 날 국민 앞에 서서 놀랍고도 무거운 내용의 발표를 하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북은 노무현 대통령 때 첫 핵실험을 했고, 문 대통령 때 마무리를 짓는다. 문 대통령이 쓴 책 제목처럼 이것이 그의 진짜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9/20170809035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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