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김태훈 대표]

주한 중국 대사관서 기자회견 "中, 북송 위기 탈북자 석방해야"
4년 전부터 北 인권침해 실태 조사 "중국, 유엔인권이사국 자격 없어"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 가족 5명이 음독 자살한 사실이 지난달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들은 노동당 지방기관 간부 출신인 50대 남성과 부인, 아들과 두 딸로 중국 윈난성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압송되던 중 청산가리를 먹고 목숨을 끊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김태훈(70) 대표는 이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중국에 구금돼 있는 탈북자들을 석방하라고 9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1일 중국 윈난성에서 체포된 탈북자 15명이 북한과 인접한 지린성 투먼시로 압송됐다"면서 "이는 중국이 가입한 난민 협약과 고문 방지 협약 등에 명시된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불법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태훈 변호사
김태훈 변호사는“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를 기다리는 남한의 가족들이 온갖 기관을 돌아다니면서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한국 외교부가 주중 한국 대사관을 통해 구금된 탈북자들을 석방하라고 시진핑 주석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승 인턴기자
김 대표는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들을 기다리는 남한의 가족들 단체를 직접 만나 종이 두 장에 빼곡히 기록한 내용을 보여줬다. "한 분은 아버지가 선양에 잡혀있고, 또 다른 분은 엄마와 오빠가 옌볜에 구금돼 있어요. 열 살도 안 된 어린 자식이 잡혀 있는 경우도 있었죠." 이들은 1일 "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민을 가족이 애타게 기다리는 대한민국으로 보내달라"며 한변 사무실로 찾아왔다. 김 대표는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곧바로 UN특별보고관에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다. 그는 "2016년만 해도 강제 북송 됐다는 소식이 이렇게 자주 들리지 않았는데 올해 봄부터 갑자기 늘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탈북자 소탕 작전을 벌이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제3국도 아니고 남한으로 가려 했기 때문에 북송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갈 게 뻔하거든요. 한국행만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지금 굉장히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2013년 출범한 한변은 법률가로만 구성된 NGO로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해 법률적 증거를 수집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해왔다. 지난 3월에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UNHRC) 총회에 참석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를 폭로하는 등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남한에 인권 단체나 보수·우익 단체는 많은데 북한 주민을 위한 단체는 거의 없었다"면서 "보면 볼수록 처참한 현실인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을 맡으면서부터 중국·러시아·태국·라오스를 직접 다니며 각국 관리들에 탈북민 선처를 요청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특별위원장을 지내면서 탈북자 200명 가까이를 조사해 북한인권사례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교화소 안 시체실에 있는 쥐들이 토끼만 하다는 건 공통적인 증언이었어요. 교화소에서 죄수를 감시하는 직책을 맡았던 한 탈북자는 한밤중에 비공개로 즉결처형이 이뤄지는데 끝도 없이 시체를 치워야 했다는 증언도 했죠."

그는 "이런 곳에 탈북자를 되돌려보내 는 건 살인 방조와 같다"면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본인 일처럼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끔 재입북하는 탈북자 때문에 전체를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동요하면 안 됩니다. 대부분 탈북자는 대한민국에 고마워하고 적응하려 애쓰고 있거든요. 우리가 나서서 탈북자를 사지로 보내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인권이사국 자격이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10/20170810000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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