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하고 참담하게 무너진 부분이 공영방송"이라고 했다. 또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지고 정권이 방송을 장악해 수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던 시초가 노무현 정부였다.

2003년 방송 경력도 없는 정연주씨가 KBS 사장에 임명됐다. 정 전 사장 재임 시절 KBS는 공영방송이라기보다는 정권 방송에 가까웠다. 2003년 '한국사회를 말한다'라는 프로그램 등에서 북한을 넘나들며 북 체제를 옹호하던 송두율씨를 '민주 투사'로 미화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는 1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반(反)탄핵 방송을 하는 기록도 세웠다. 북한 군가의 멜로디를 배경음악으로 쓰기도 했다. 2006년 KBS 직원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 중 82%가 정 전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노무현 정부는 정 전 사장 연임을 밀어붙였다. MBC 사장에는 언론노조위원장 출신이 임명됐다. 언론학회는 탄핵 방송에 대해 "스스로 만든 공정성 규범을 일탈하고 파괴적 편향성을 보였다"고 했을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로 바뀐 직후에 벌어진 광우병 파동은 전 정권에 장악됐던 MBC의 반발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모든 정권이 공영방송을 제 입맛에 맞게 장악하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민주당은 KBS 사장과 MBC 사장 및 이사장의 중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008년 정권 교체 후 정연주 전 사장이 임기 도중 해임되자 민주당은 "언론 자유에 조종이 울렸다"고 비난했다. 여당이 되더니 지금은 똑같이 공영방송 사장을 중도 퇴진시키려 한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임명도 방송 장악 시도의 일환일 것이다. 정권을 잡고 제일 먼저 한 인사 중의 하나가 방통위원 교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부터 방송 장악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8/20170808031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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