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북한이 핵 포기를 할 때까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궁금해서 질문한다. 실제 북한과 대화 시도를 해봤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그같이 답하고 "새 유엔 결의안을 통해 북이 견딜 수 없는 순간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결의안에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빠진 것이 아쉽다" "북이 핵 포기를 할 때 대화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두 정상 간 통화가 늦어지긴 했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자세는 현 정세에 대한 옳은 판단이다. 대통령이 과거 진보 정권과는 달리 북핵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김정은은 핵 때문에 망할 위기에 몰리지 않으면 대화와 협상으로 절대 핵을 버리지 않는다. 북핵을 뺀 남북대화는 아무런 의미 없다는 사실이 지난 역사에서 입증됐다.

문 대통령이 올바른 방향을 잡았지만 그의 입장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남북 군사회담·적십자회담 제의는 그런 '대화'가 아니라고 했다. 남북이 군사회담을 하면 대북 확성기 문제가 의제가 될 것이 뻔하다. 대북 확성기는 강력한 대북 제재 압박 수단이다. 문 대통령은 '최대한 북을 압박해야 한다'면서 대북 확성기 철거를 부를 수 있는 남북 군사회담을 하겠다니 모순 아닌가.

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핵은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우리 사회에 전쟁이 나도 된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겪는 만큼의 불확실성을 김정은에게도 안겨줘야 그를 억지할 수 있다. 과거 한 대통령은 김정일을 한 번 만난 뒤에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실제 그 말대로 됐는가. 평화는 말이나 구걸로 얻어지지 않는다. 대통령이 말을 해야 한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국가 안보를 지키겠다'는 다짐이 돼야 한다. '전쟁은 안 된다'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 인기를 끌 발언은 될 수 있어도 안보 전략가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말을 듣고 한국을 영원히 인질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청와대가 북핵을 미·북 간의 문제라고 하는 것도 심각하다. 북이 핵을 만들고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것이다. 그 피해는 우리가 뒤집어쓰게 돼 있다. 북이 핵을 쓴다면 당연히 그 대상도 미국이 아니라 우리가 된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은 미국 등 국제사회에 맡기고 남북 관계 개선은 한국이 주도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옳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 령에게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조를 요청했다. 미사일 탄두를 키워 국군의 대북 응징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어제 통화에서는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 문제도 지나가듯 언급됐다고 한다. 원자력 잠수함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나면 추진해야 한다.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한·미 정상이 과단성 있는 합의로 김정은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7/20170807030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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