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6일 조우해 대화를 나눴으나, 북한으로부터 진전된 입장을 전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마닐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ARF 환영 만찬 때 대기실에서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이 잠깐 대화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독일 G20 정상회의 때 밝힌 대북 대화 제의를 언급하며 "베를린 구상과 후속 조치 차원의 대북 제안에 대해 북측이 아직 아무 호응이 없는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 외무상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남측이 미국과 공조 하에 대북 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대북 제안에는 진정성이 결여돼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우리는 진정성을 담아 제안한 것"이라며 다시 북측의 호응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한국은 아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으며, 북한 정권 교체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후속조치로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준비를 위한 남북적십자 회담 등을 제안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은 채 대륙간탄도미사일 2차 발사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날 리 외무상의 답변은 이러한 북한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으며, 지난 6일 유엔 안보리의 강화된 대북 제재안이 통과된 데 따른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강 장관은 ARF 참석차 마닐라에 입국하면서 "북한에 베릴른 구상에 호응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군사 도발을 자제해달라고 할 생각"이라고 밝혔으나, 6일 실제 리 외무상을 만나 ICBM 발사 등 도발에 대한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7/20170807010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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