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핵시설을 타격할까…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

"작년 국방위 감사에서 '선제타격 계획 있느냐' 질문에
국방장관은 '있다', 합참의장은 '없다'고 답변"

"전시작전권을 주권 문제로 연계한 것은 '정치적 쇼'
전쟁 수행 효율성 위한 것… 유럽서도 나토사령관이 가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나왔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군사 옵션(선택) 포함"이라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8월 위기설' '8말(末) 9(初)초'라며 보도하고 있다.

'사실'에 입각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한번 따져보기 위해 신원식(59) 예비역 중장을 만났다. 그는 군사 작전과 정책 분야에서 오래 근무했고, '워 게임'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합참 합동작전과장, 국방부 정책차장과 정책기획관, 수방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 합참 차장을 거쳐 작년 초 예편했다. 그는 여전히 군인처럼 보였다.

―미국이 조만간 북한을 때릴 것 같은가?

"먼 훗날의 카드일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의 가능성은 제로다.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것이 아니다. 군 이동과 전개 상황, 주민 대피 등이 따른다."

―당장 한 방 가할 것 같은 언론 보도는 뭔가?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오면 전쟁이 임박했느니 하는 식의 보도는 기자들이 모르고 써대는 거다. 미 상원의원의 '전쟁' 발언도 그렇지만, 군사 작전 문제를 깊숙이 알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1994년 미국 클린턴 정부는 북한의 영변 원자로 시설을 폭격하려다가, 우리 정부의 반대로 중단했다. 이제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한국 정부에는 통보만 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당시 주한 미국인을 철수시키려는게 알려져 난리가 났다. 북한을 때리려면 사전에 이런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자국민에 대한 사전 보호 조치를 안 하면 미국 대통령도 탄핵감이다. 복잡한 준비 과정 때문에 미국이 단시일 내 타격하거나 독자 행동을 할 수가 거의 없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 상황을 용인할 수 없다'며 적극 저지했는데?

"그때 폭격했으면 결코 북한은 보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핵무기나 미사일이 개발 안 됐고,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자국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우리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1994년 영변 원자로 시설을 폭격했으면 북한은 결코 보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1994년 영변 원자로 시설을 폭격했으면 북한은 결코 보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보는가?

"북한의 핵 능력이 급속도로 진전했고, 폭격으로 핵 시설을 완전히 불능화시킬 수 없다. 북한의 반격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매스컴에서는 '선제타격' 이라는 용어를 잘못 쓰고 있다. 심지어 작년 국방위 감사에서 그랬다. '선제타격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같은 자리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있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없다'고 했다."

―어느 쪽이 맞나?

"적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적의 제한된 표적을 미리 때리는 게 '선제타격(pre emptive strike)'이다. 이는 작전의 기본이므로, 국방장관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에 공격 징후와 관계없이 때리는 것은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이다. 의원들이 군사적 개념을 모르고 사용한 '선제타격'을 합참의장은'예방 타격'으로 받아들여 '없다'고 답한 것이다. 용어의 혼란 때문이다."

―'예방 타격'은 선전포고가 필요한가? 정전협정 위반은 아닌가?

"자위권(自衛權)에 입각했다는 증거 제시나 주장으로 선전포고 없이 가능했다. 현실에서 강대국 힘의 논리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공군이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전(1981년), 시리아의 알키바르 원전(2007년)을 때린 게 예방 타격이다. 적이 핵무기를 갖는 상황을 예방한 것이다."

―북핵 시설에 대한 '예방 타격'의 명분은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나?

"명분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때리는 쪽에서 군사적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북핵 시설과 미사일 발사대 등 표적 식별이 되고, 이를 깨끗이 제거할 타격 수단이 갖춰져야 한다."

―이런 준비가 다 됐기에 때리겠다는 것이 아닌가?

"북핵 시설이 완전히 다 식별된 상태가 아니다. 북한이 한 방 맞고 꼬리를 내리면 좋은데 '한판 붙자'고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방어 준비가 돼야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소개(疏開)도 그중 하나다. 주한 미국인 가족을 대상으로는 매년 을지프리덤 훈련 때 'NEO 작전'(비전투원 호송)을 해오고 있다. 권역별 집결지와 수송 수단, 이동로, 이동 지역까지 세부적으로 계획되어 있다. 헬기나 군용차량을 통해 부산으로 빼 일본으로 철수시킨다."

―북핵 시설을 때렸을 때 북한은 화력(火力)을 집중해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다.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은 확전(擴戰)을 확실히 방지할 수 있는 전략적 조치와 대비를 사전에 취할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정전협정 준수와 휴전선을 넘지 않는다. 만약 북한이 확전을 하게 되면 휴전선을 넘는다'고 통보할 것이다. 북한이 보복 공격을 하더라도 국지전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전방에 배치된 300여 문의 장사정포로 수도권과 미군 기지를 보복 공격해, 첫날 하루만 최대 3만명의 사망자가 나올거라는 예측이 있는데?

"북한의 보복 공격에 대한 사전 경고와 대비가 전혀 없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북한 장사정포는 떨어지면서 폭발할 때 나오는 파편으로 인명을 살상한다. 하지만 콘크리트 건물 벽체를 뚫는 관통력이 없다. 스커드 미사일의 관통력도 콘크리트 두께 1m밖에 안 된다. 지하나 튼튼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안전하다. 우리 수도권은 거대한 콘크리트 방호물이다."

―북한의 전력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닌가?

"과소평가도 안 되지만 과대평가를 하는 것도 문제다. 불필요하게 지나친 공포와 패배 의식이 생겨 적의 심리전에 휘둘리게 된다. 2010년 북한이 연평도에 170여 발 때렸지만 사망자는 4명이었다. 이들은 야지에 노출돼 있어 죽었다. 그때는 기습 포격이었다. 전쟁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라면 당할 확률이 훨씬 더 줄어든다. 장사정포가 수도권까지 날아오는 데 6~7분 걸린다. 우리 군의 대포병 레이더에 의해 어디에 떨어질지를 안다. 충분히 대피할 수 있다."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과 최보식 선임기자

―만에 하나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승패는?

"한·미 연합군이 무조건 이긴다. 수십 차례 '워 게임(전쟁이 일어난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실제 전투력을 같은 조건으로 넣으면 우리가 너무 쉽게 이기므로, 우리에게는 최악의 조건을 북한에게는 최상의 조건을 부여한다. 그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지 북한군을 압도적으로 이기는 결과가 나온다. 물론 우리 쪽 피해가 있다. 그런 피해 때문에 우리가 전쟁 억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피해인가?

"과거보다 현저하게 피해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 보고서는 '1994년 영변 원자로 시설을 폭격해 전쟁이 났을 경우 미군 8만~10만명, 한국군 수십만명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과장된 수치다. 장사정포의 경우처럼 비현실적인 최악의 조건을 넣어 산출된 것이다. 첨단 무기를 동원한 정밀타격이 이뤄지면서 전쟁 양상이 바뀌었다. 2004년 이라크전 당시 미군의 사망자는 극소수였다. 물론 핵전쟁이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워 게임'의 결과는 어떻게 나오나?

"핵무기를 사용하면 공멸(共滅)이기 때문에 '워 게임'에는 재래식 무기로만 진행한다."

―그런 '워 게임'은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하지 않나?

"히로시마 원폭 이후 핵무기의 존재는 '공포의 균형'을 위한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정말 쏜다면 미국이 자국 군인과 국민이 사망하는데 가만히 있겠는가. 미국이야말로 최대 핵 강국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물론이고, 핵무기를 투하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B52-H·B-2가 있다."

―북한이 같이 죽자며 덤빌 수 있지 않겠나?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이 16kt이었다. 하지만 B52-H 폭격기 한 대가 200kt 원폭 20발을 탑재한다. 히로시마 같은 도시 250개가 폭격기 한 대로 다 작살난다. 그것도 3000km나 떨어진 곳에서 발사할 수 있다. 말하자면 괌 상공에서 북한을 폭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폭을 사용하는 순간 북한은 지구상에서 지도가 지워질 것이다."

―하와이에서는 북핵 대피 훈련까지 하기로 했는데?

"중국에 북한을 압박하라는 일종의 시위라고 본다. 미국은 5겹의 미사일 방어망 체계를 갖추고 있다. 더 강력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대비를 설계해놓았는데, 한낱 북핵을 못 막겠나. 북한의 미사일 수준으로는 태평양을 건널 수 없다."

―중국의 개입 가능성은 없는가?

"중국 정부의 공식 견해는 아니지만, 지난 4월 환구시보는 '미군이 정전 체제와 휴전선을 유지한 가운데 북핵 제거만을 위해 타격하면 중국은 군사 개입을 안 하겠다'고 했다. 외교적 지지나 물자 지원은 할 수 있어도 대규모 군사 지원은 없을 것이다. 이제 중국은 자유 시장경제에 편입된 세계 최대의 통상 국가다. 미국은 이런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를 많이 갖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중국은 미국의 상대가 아니다. 가령 미국은 항공모함 11척을 가졌지만 중국은 최근에 1척을 건조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로 군사 주권을 되찾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조금 바뀐 것 같은데?

"좌파 진영에서는 '전작권이 미국에 있어 우리는 노예 국가'라고 말한다. 마치 되찾아와야 하는 것처럼 '전작권 환수(還收)'라는 용어를 쓴다. 전작권을 주권 문제로 연계한 것은 '정치적 쇼'다. 유럽에서 전쟁이 나면 나토(NATO )사령관이 작전권을 갖는다. 자존심이 센 프랑스도 이를 받아들였다. 전작권은 전략적 측면과 전쟁 수행의 효율성 관점에서 판단할 사안이다. 설령 우리에게 전작권이 넘어왔다 해도 전시 상황에서는 미 7함대사령관이 우리 해군을, 미 7공군사령관이 우리 공군을 통제 지휘한다. 우리로서는 구경도 못한 미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을 실제 지휘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6/2017080601659.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