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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 북한이라는 절대왕정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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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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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대 세습 개인숭배 체제… 사이비 종교집단의 확대판
철저한 사상 통제, 거짓 신화 강요, 충성 경쟁 유도하고 잔인한 숙청
내부 불만 잠재우려 전쟁에 '올인'… 유럽 절대왕정이 몰락한 이유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북한 체제는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는 미스터리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일은 현대 세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이한 사례다. 단지 정치권력을 잡은 정도가 아니다. 홍수나 화재를 당했을 때 가족을 놔두고 수령 초상화를 먼저 건지려다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나오고, 북한 당국이 그런 행위를 애국적 모범 사례로 치켜세우는 것을 보면 사이비 종교 집단의 확대판 같은 느낌을 받는다.

북한은 2016년 개정한 헌법에 개인숭배를 아예 명문화했다. 서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령도를 구현한 주체의 사회주의 조국이다'로 시작하여 동어반복에 가까운 내용을 줄줄이 읊어대다가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를 주체 조선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자'는 말로 끝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인민(people)이 주권을 가진 민주적(democratic) 공화국(republic)이라는 뜻일 테지만, 실상은 루이 14·15·16세로 이어지는 절대왕정과 다를 바 없다. 북한을 이해하는 데에는 다른 어느 정치 이론보다도 차라리 17~18세기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비교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프랑스 국왕이 권력을 잡은 근거는 '신성한 존재'라는 데 있다. 대대로 국왕은 대관식을 할 때 랭스(Reims)대성당에서 대주교가 기름을 발라주는 의식을 치름으로써 마치 제2의 그리스도('기름 부음을 받은 군주'라는 뜻)처럼 나라를 통치한다. 북한 왕조는 '백두 혈통'이라는 전근대적 개념을 동원하여 신성성을 주조해냈다. 백두산이라는 일종의 성지(聖地)를 설정하고 이곳이 지배자 핏줄의 근원이라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혈통'에 근거한 정치적 정당성이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사상 통제로 인민에게 거짓 신화를 강요할 수밖에 없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지난 7월27일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했다고 7월28일 보도했다. /뉴시스

정당성 없는 권력은 언제든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권력 누수를 방지하려면 신하들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 필수다. 부하들 사이에서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이 경쟁에서 패배한 자를 잔인하게 숙청하여 누구든 딴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루이 14세가 성인이 되어 친정(親政)을 시작할 때 2인자 자리를 차지할 유력한 후보로는 푸케와 콜베르 두 사람이 있었다. 국왕은 그 가운데 콜베르를 선택하고는 그를 시켜 푸케를 공격하도록 배후에서 조종했다. 몇 달에 걸친 은밀한 준비 작업 끝에 푸케를 전격 체포하여 특별 법정에서 일종의 대역죄를 뒤집어씌웠다. 푸케는 알프스 산악 지대의 요새 감옥에 18년 동안 갇혀 있다가 병사했다. 고모부로서 후견인 역할을 자처했던 장성택의 처형 사건 또한 국왕 권력 강화를 위한 고전적 숙청 사례와 비슷하다.

이렇게 장악한 권력을 가지고 절대주의 왕정은 무엇을 했을까? 전쟁이다. 절대주의 국가는 쉽게 말해 전쟁 기구였다. 루이 14세는 전쟁은 군주가 할 수 있는 최고 영광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그의 치세 절반이 전시였다. 외부의 적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만큼 내부 불만을 효율적으로 잠재우는 수단이 없다. 그렇지만 '돈 먹는 하마'인 전쟁에 '올인'하다 보면 재정 파탄이 오지 않을 수 없다. 왕조 몰락을 가져온 프랑스혁명의 먼 기원은 사실 루이 14세의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 질주하는 북한 또한 마찬가지다. 전쟁 준비에 들어가는 돈을 평화적 목적에 쓴다면 경제 사정도 훨씬 개선되고 동아시아 평화에 얼마나 좋은 일일까? 그렇지만 권력 유지·강화에 모든 것을 건 체제에서는 전쟁의 위협과 준비 외에는 다른 전략이 거의 없어 보인다.

역사의 흐름을 수백 년 거꾸로 거슬러가는 이런 기형적 체제가 영구히 지속될 수는 없다. 오늘날 역사가들은 절대주의 체제는 결코 절대적으로 강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베르사유성에서 군주는 절대권력을 가진 지고(至高)의 존재인 척하고, 신하들은 국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척 하지만, 사실 이 모든 일은 연극에 불과할 뿐이다. 무대 뒤편으로는 국정 전반에 걸쳐 심각한 모순들이 은폐되어 있고 부패가 만연해 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세계사의 큰 흐름에 역행하면서 세계 질서를 교란하는 이 해괴한 집단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을 결정한 중요한 계기라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6/20170806016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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