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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패싱, 뼈아픈 기억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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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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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미·중 수교 교섭 때 미국이 중국에 내놓은 당근이 타이완의 미군 철수였다. 키신저는 극비리에 주은래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타이완 주둔 미군의 철수는 당연하다." 타이완은 미국의 오랜 우방이었지만 미·중 관계 정상화라는 과제 앞에선 논외(論外)였다. 요즘 말로 하면 '타이완 패싱'이라고 해야 할까.

▶올해 94세인 키신저가 엊그제 또 '미군 철수'를 얘기했다. 북핵이 미국에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이다. 키신저는 "북한 정권 교체 후 닥칠 일에 대해 중국과 미리 합의한다면 북핵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잃은 중국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선 미군 철수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다. 키신저 책략에서 '미군 철수'는 여전히 일급 메뉴인 모양이다. 동맹국 한국에 대한 고려는 없다는 것도 46년 전과 비슷하다. 
 
[만물상] 코리아 패싱, 뼈아픈 기억

▶북한 인권특사를 지낸 레프코위츠는 "미국은 더 이상 남한 주도의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베이징에 분명히 선언하라"고 했다. 미국의 후견을 받는 통일 한국이 압록강에서 중국과 마주하는 상황은 중국엔 악몽이다. 그걸 안 하겠다고 약속하고 중국이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하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 배제)에 대한 뼈아픈 기억들이 있다.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미군·소련군 진주(進駐), 분단 등 우리 운명을 결정지은 중대사들이 모두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강대국 흥정 과정에서 이뤄졌다.

▶저 유명한 카이로·얄타·포츠담 회담에서 우리는 합의문의 알파벳 한 자도 넣거나 뺀 게 없다. 한국 독립 약속은 저들끼리 논의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에'에서 '적절한 시기에'를 지나 '적절한 절차를 거쳐'로 낙착됐다. 얄타회담에 수행한 미 국무장관은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냐"고 물었다고 한다. '도전과 응전'으로 잘 알려진 역사가 A 토인비는 "한국은 독립할 수 없는 나라"라고 했다. 통한의 삼팔선은 미 국무부 젊은 장교들 책상에서 그려진 것이었다.

▶거슬러 올라가 일본·청나라·러시아·영국·미국 이 조약과 거래를 통해 대한제국의 운명을 요리할 때 우리 처지는 어땠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고, 달라야 한다. 강대국 국제 전략은 힘없고 분열된 나라를 제물로 한다. 정부는 그제 한·미·일 안보 보좌관 화상 통화 사실까지 공개하며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고 했다. 말과 시늉이 문제가 아니다. 장기판의 졸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건 위정자의 결단과 능력에 달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4/20170804029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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