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제재법 서명하며 "불량 정권 나쁜 행동에 벌줘야"
가드너 의원 "말로 해결할 때 지나… 핵전쟁前 단호한 조치를"
국무부, ARF서 北 추방 추진… "틸러슨, 北리용호 안 만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2일(현지 시각) 일제히 "북한과 직접 대화는 없다"며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는 전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고,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한 이후 튀어나온 미·북 대화론을 덮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대북 정책을 놓고 백악관과 국무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직접적으로 대화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올바른 전략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하면서 경제·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백악관 안보 사령탑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방송된 MSNBC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스스로 비핵화를 이익으로 여길 만큼 대북 압박이 강해져야 한다"며 "군사 조치도 대북 옵션에 들어 있다"고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안보 강경파가 많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신중한 인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이날은 "김정은이 밤에 편히 잠을 자선 안 된다"는 말까지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또 "미국 대통령 관점에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군사 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틸러슨 장관이 수장인 국무부도 이날 틸러슨의 '대화' 발언을 바로잡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이 오는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때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틸러슨 장관의 미·북 대화 발언 이후 이번 ARF에서 틸러슨과 리용호가 접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는 대신 "마닐라에서 미·중 외교 수장이 만날 것"이라면서 "중국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더 많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세안은 분쟁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라며 "이번 ARF에서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북한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는 논의를 심도 있게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자격 박탈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할지 생각하도록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턴 대행은 또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 개발의 기회비용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도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은 이날 CNN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말로 해결할 시간은 지났다"며 "한반도 정세가 핵전쟁으로 이어지기 전에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심이 있는 모든 나라는 북한 정권과의 금융·무역 관계를 즉각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틸러슨 장관이 북핵 문제를 협상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과거 30년간 (북한과의) 실패한 협상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라며 "북한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것은 (북한의) 협박에 굴복한다는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도 이날 WSJ 기고문에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가진 상황에서 미국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며 "중국이 북한의 정권교체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떤 식이든 (북한) 공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볼턴 전 대사는 최근에도 백악관을 드나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러시아·이란에 대한 통합 제재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지 엿새 만이다. 이 법안은 미국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는 기업을 제재해 북한의 원유 수입을 봉쇄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북한에 원유를 대주는 중국 석유 기업이 제재받을 수 있다. 또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북한산 농산물·광물 거래 업체 제재, 북한 도박 사이트 차단 등도 포함 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 1·2·3차 산업의 수출을 틀어막아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최대한 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법안 서명 후 성명을 내고 "나는 북한과 이란의 불량 정권이 저지르는 나쁜 행동을 벌주고 방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선호한다"며 "미국은 동맹과 긴밀히 협력해 이 국가들의 매우 위험한 행위들을 지속해서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4/20170804002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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