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만드는 Fact Check]

오늘의 주제: 北핵무장 다가오는데… 한국군의 딜레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미군의 최첨단 인공위성·정찰기 없인 북핵·미사일 제대로 탐지하기 힘들어
독자적 對北 정보력 갖춘 강군 건설 필수… 韓美 연합지휘체계도 새로 구축해야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전 국방장관 정책보좌관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전 국방장관 정책보좌관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은 군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관련 부대를 전개하고 통제하는 권한이다. 군사작전에만 해당하는 제한적 권한으로, 군 인사(人事)나 군수(軍需) 등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래 주권국가의 작전통제권은 해당 국가의 군 통수권자가 갖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예외적이다. 군사적 위기상황이 아닐 때의 '평시(平時) 작전통제권'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 위협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 데프콘3(적 도발 징후 포착) 이상이 발령되는 경우, 즉 전시(戰時)의 작전통제권(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다.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발발한 6·25 전쟁에서 후퇴를 거듭한 이승만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미군 주도의 유엔군이 결성되자 1950년 7월 17일 맥아더 사령관에게 한국군에 대한 '일체의 지휘권'을 넘겼다. 맥아더 사령관은 이 중 작전 수행에 필요한 '작전지휘권'만을 수용했다. 작전지휘권은 1954년 11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발효되면서 '작전통제권'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주한미군의 법적 근거도 바로 이 방위조약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 합참으로 이양됐다. 이어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도 추진하기 시작했다. 노(盧) 정부는 이 문제를 '군사 주권'이라는 관점에서 다뤘고, 당시 부시 미국 행정부는 한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한미는 '2012년 4월에 전작권을 한국군에 전환'하기로 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2월 합의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이명박 정부는 미국 측과 협의를 거쳐 전작권 이양 시기를 '2015년'으로 1차 연기했고, 이어 박근혜 정부는 '2020년대 중반'으로 다시 연기했다.
 
미군이 제공하는 대북 정찰·감시 자산 외
한국이 전작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군사 주권이 없다"는 주장을 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전작권이 연합사령관에게 있어도 핵심 사안은 한미 양국 정상과 두 나라 합참의장의 지휘체계를 통해 결정된다. 전쟁 개시와 군사분계선 월선, 전쟁 종료 등은 한국 대통령이 결정한다. 또 연합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도중에도 해당 부대에 대한 인사, 군수 등 다른 영역의 지휘권은 한국군이 행사한다. 전작권 행사 대상도 한국군 전체가 아닌 사전에 지정된 부대들에 국한된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명목상으로는 회원국들이 각자 작전통제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연합작전을 필요로 하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회원국들의 참여 부대는 동맹군 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미국의 작전통제를 받는다. 우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호주나 일본은 미국과 연합사령부를 구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작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두 나라는 전쟁 위협이 적어 느슨한 형태의 군사동맹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우리와 비교하기 어렵다.

한국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미국에 영원히 맡길 수도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먼저 북한의 도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한미 연합지휘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또 한국군과 미군의 역할도 조정되어야 한다. 전쟁 수행 기능에서 우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최강의 전력과 실전경험을 보유한 미군을 대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위성·무인 정찰기 등으로 우리 측에 제공해 온 대북(對北) 정보력을 우리가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현재로선 미군의 도움 없이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을 정확히 탐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합사에서 미군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다 보니 한국군의 역량이 더디게 성장해 왔다. 주한미군을 뺀 한국 군의 방위 능력은 '눈과 귀를 가리고 차포(車包)를 떼고 장기를 두는 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의존도가 크다는 지적이다.

전작권 전환은 '돈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06년과 2011년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과 국방대학교는 각각 주한미군 보유 장비의 가치를 22조원과 17~31조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간 군 장비가 첨단화되어온 점을 감안할 때 경제적 수치로 환산한 주한미군의 가치는 더 커졌을 것이다. 게다가 미군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실전 경험이라는 자산까지 갖추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위해 현재 GDP(국내총생산)의 2.4% 수준인 국방예산을 임기 내에 2.9%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북한의 위협은 5번에 걸친 핵 실험에 이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에까지 성공하면서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핵을 가진 북한은 우리에게 더 빠른 의사결정과 군사역량을 요구 하고 있다. 당장은 전작권을 현 상태로 두는 것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한국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는 없다. 답은 하나다. 전작권 문제를 검토하는 데 있어서 정치적 고려를 최소화하고, 군사적 대비 태세 구축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국방개혁을 통한 강군 건설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1/2017080103301.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