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7·2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계기로 미국 내에서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접근법이 언급되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미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 철수'를 중국에 약속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정은과 핵무기가 사라진 북한 지역은 미·중 충돌 방지를 위한 완충 지역으로 활용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인권특사를 지낸 제이 레프코위츠는 미국이 '하나의 한국'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은 더 이상 남한 주도의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때 미 본토가 북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중국에 한반도 영구 분단을 선물로 주면서 북핵을 폐기하자는 것이다.

미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는 미·중 간 큰 틀의 거래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중국에 북한 정권 교체 포기, 평화협정 체결, 한국 내 군사 구조 일부 변경 등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을 축소하거나 기능을 바꾸는 미·북 평화협정으로 중국을 움직여보자는 생각이다. 이런 주장들이 당장 미 행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미국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사람들이다. 지금 현직에 있는 미 관계자들도 밖으로 말을 하지 않을 뿐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북한이 뉴욕이나 LA를 비롯해 미국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에 접근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미국이 직접 위협을 받게 되니 한국을 도외시한 미국 측 이익과 생각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조만간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성공한 후 북한 정권 수립일(9월 9일), 노동당 설립일(10월 10일)을 맞아 핵미사일을 선보이거나 실전 배치하면 이런 미국 내 여론은 더 큰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지금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을 다룰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직접 겨냥한 제재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도 한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미·중 간에 격한 충돌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충돌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두 초강대국이 실제 충돌한다기보다는 결국엔 키신저나 게이츠가 말한 '큰 거래'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그 거래는 한반도 영구 분단이나 주한미군 철수처럼 우리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이 6·25 이후 가장 큰 안보 격변기이자 위기일 수 있다. 우리 없이 우리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는 이 상황에서 새 정부는 존재가 사라졌 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다'는 의미 없는 말만 하고 있다. 휴가 중인 대통령은 휴가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한다.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도 휴가를 떠났고 외교·안보와는 아무런 관련없는 가십거리만 SNS에 올리고 있다. 국회는 정보위와 국방위 한 번 열고는 더 이상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는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들이 이래도 되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8/01/20170801032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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