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주가 11월부터 매달 북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와이주는 15kt 규모 핵무기가 주도(州都) 호놀룰루 300m 상공에서 폭발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라 주민들을 대피시킬 예정이다. 이 훈련이 하와이 관광 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주 비상관리청장은 "북한이 우리에게 도달할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기에 이에 대비한 행동 요령을 숙지시키는 훈련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은 북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와이주 대피 훈련은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한미일 3국 정상이 대북 규탄 공동 성명을 낼 때 우리 정부만 이를 ICBM으로 규정하는 데 반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 ICBM을 능력 이상으로 기정사실화해 줄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인정하든 안 하든 북 미사일 기술은 발전해오고 있다. 북이 핵무기에 이어 완전한 ICBM을 갖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우리 정부의 안이한 생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감증의 원인이자 결과다. 북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과 한반도 문제를 담판하려는 것이지만 실제 사용한다면 미국에 앞서 우리가 목표가 될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2006년부터 북한이 5차례 핵실험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대한민국 상공에서 북한의 핵폭탄이 폭발하는 것을 전제로 전 국민 대피 훈련을 한 적이 없다. 그런 훈련을 한다고 하면 반대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이 북핵과 ICBM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김정은의 도박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하지 못하면 김정은과 협상할 수밖에 없고 이때 북의 핵 카드는 매우 효과적으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대한민국 운명이 미·북에 의해 결 정되는 어이없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에서 7000㎞ 떨어진 하와이에서 매달 북한 핵미사일 대피 훈련을 하는데, 북과 인접한 우리가 이렇게 태평스럽다는 사실은 비정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북핵보다 한국 원전의 위험성이 훨씬 더 부각된 현 상황 역시 정상이 아니다. 전 국민의 성숙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4/20170724028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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