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자유찾아 탈북 후 다시 北으로… '이상한 탈북자' 증가]

한국서 1년여 살던 40대 강모씨, 여권·동료 전화번호 챙겨 재입북
"남한생활 지옥" 비방 방송 출연… 몇달뒤 北아내와 또 탈북, 체포돼

방송인 임지현씨 件도 미스터리… 국내 탈북자 사회 동요하는 모습
 

탈북자를 이용한 북한의 대남 공작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탈북자 강모(41세)씨는 보위성의 지령을 받고 북한에 몰래 들어갔고, 한국에 다시 들어오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남측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정보를 그를 통해 취득했다. 한국에서 방송인으로 인기를 모았던 탈북 여성이 재입북한 것을 두고도 '공작' 논란이 이는 등 탈북자 사회도 동요하고 있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900여 명에 달하는 소재 불명 탈북자 현황을 파악하고 탈북자 재입북을 예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재입북해 대남 비방하고 재탈북

공안 당국에 따르면, 함북 온성군의 협동농장 작업반장이던 강씨는 2015년 3월 내연녀 김모(24)씨와 함께 두만강을 넘어 탈북한 뒤 같은 해 4월 한국에 입국했다. 하지만 강씨는 정착 1년쯤 지나자 재입북을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온성군의 국가안전보위성(국정원 격) 지도원과 접촉했다. 이 지도원은 "올 때 여권, 주민증, 탈북자들 전화번호 담긴 손전화(휴대폰) 등을 챙겨오라"고 했고, 강씨는 지시를 이행해 작년 9월 하순 내연녀 김씨와 함께 중국을 거쳐 재입북했다.
 
북한 보위성의 지령을 받고 재입북한 탈북자 강모(왼쪽)씨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우리민족끼리’에 등장해 한국을 비방하고 있다.
북한 보위성의 지령을 받고 재입북한 탈북자 강모(왼쪽)씨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우리민족끼리’에 등장해 한국을 비방하고 있다. 강씨는 지난 6월 다시 한국에 들어오려다 공안 당국에 검거됐다. 앞서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6일 공개한 영상에는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탈북 방송인 임지현(오른쪽)씨가 등장했다. /우리민족끼리, 연합뉴스

강씨는 함북 청진에서 이뤄진 보위성 조사에서 주변 탈북자들과 신변 보호 경찰관 등의 연락처가 담긴 휴대전화 2대를 건네고 탈북자들 신상 정보, 국정원의 탈북자 합동신문 내용, 하나원의 탈북자 정착 교육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다른 탈북자들을 회유해 함께 재입북하라는 지령도 받았으나, 주변 탈북자들이 거부 의사를 밝혀 실패했다고 한다.

강씨는 재입북 두 달 만인 작년 11월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에서 기획·제작한 좌담회에 출연했다. 강씨는 여기서 "남조선 괴뢰놈들의 꼬임에 꼬여 남조선으로 가게 됐다. 1년 6개월 동안 지옥과 같은 나날들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강씨는 지난 5월 다시 탈북했다. 이번엔 본처인 류모(44)씨와 함께였다. 강씨의 행적을 추적해온 강원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24일 국내에 입국한 강씨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로 송치돼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정교해진 북한의 탈북자 공작

앞서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6일 공개한 영상에는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탈북 방송인 임지현(여·25)씨가 등장해 한국을 비방했다. 임씨는 이 영상에서 "잘 먹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남조선으로 가 돈을 벌기 위해 술집 등을 떠돌아다녔지만, 돈으로 좌우되는 남조선에서 육체적·정신적 고통만 따랐다"고 했다. 현재 서울지방경찰청은 임씨 지인을 탐문하고 임씨의 금융·통신 기록을 들여다보며 임씨의 재입북 배경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된 '납치설' 등의 가능성도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북한은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대남 공작에 탈북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정일 집권 당시 탈북자의 존재가 체제 안정을 위협한다고 보고 되도록 '탈북'이란 말 자체를 금기시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북한은 2012년 이후 재입북 탈북자 10여 명을 외부에 공개하며 "원수님의 배려로 행복하게 산다"고 선전해왔다.

이런 북한의 적극적인 공작에 국 내 탈북자 사회는 크게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탈북한 A씨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탈북자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일부 부적응 탈북자는 재입북한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 있는 걸 보고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 붙잡힌 강씨 사례는 더욱 정교해진 북한의 탈북자 공작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분석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4/20170724002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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